게으른 학자들
게으른 학자들
  • 이재형 기자
  • 승인 2004.08.10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규모 학술대회를 준비했던 당사자들은 당황했다. 학술행사가 불과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까지 특정 발표자의 원고가 들어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행사 주최측은 학술지를 만드는 일마저 차질을 빚게 됐고, 논평을 맡은 사람도 나름대로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 학술대회가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원고를 보내기로 한 사람은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여름방학 이전에 원고청탁이 들어갔는데 아직까지 원고를 보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발표자는 당일 날 오전에 원고를 보내왔고 지방에서 생활하는 논평자는 세미나가 시작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읽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 발표자는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은 것. 최근 한 교계 연구원 관계자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그러나 학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곤란을 당하는 곳이 비단 여기만은 아니다.

학술지를 발간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는 ‘보편적인 고충’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두 사람들로 인해 학술지가 몇 주 혹은 몇 개월 씩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의, 연구, 잡무 등 일이 많은 학자로서 제시간을 맞출 수 없거나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미뤄서 혹은 무관심으로 늦어지는 것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학자는 직업 이전에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인연에 얽매여 승낙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거부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이재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