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시에는 몸에 힘을 다 빼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으시면 됩니다. 몸을 관찰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눈을 감고 관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자비손은 마음의 손이므로 자기 손이나 어머니 손이나 관세음보살님 손을 상상해서 아주 부드러운 손으로 연상하시면 됩니다. 정수리나 발끝에서 시작해서 온 몸 구석구석 빠뜨리지 말고 자비손으로 쓰다듬어주되, 통증이 심할 경우 내 몸에 대한 연민심을 가득 담아 접촉해 보세요. 정수리나 발끝 등 시작한 곳에서 끝내는 것을 한 번으로 해서 좌선시간은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2시간, 각자의 조건에 맞게 하시면 됩니다. 자비손은 5대 각각의 성질을 활용한 5가지의 손이 있습니다. 자비면화수(흙), 자비감로수(물), 자비태양수(불), 자비풍력수(바람), 자비허공수(허공)인데, 자세한 것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법공양 출판사)을 참조하시고, 대표적으로 흙의 손과 물의 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비면화수는 손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서 아주 부드럽고 솜털같은 손을 연상해서 몸에 접촉시키면 되고, 감로수는 관세음보살님의 보병에서 흘러나오는 감로의 물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손 대신 물을 온 몸에 철철 흘러넘치도록 붓고 그 물이 내 몸에 스며들 때의 반응을 관찰하면 됩니다. 역시나 이 감로수에도 자비심이 가득 담겨 있어야 합니다.
면화수나 감로수가 온 몸 구석구석 접촉되면서 딱딱함이나 통증, 팽창감, 수축감, 열기나 냉기 등 5대 성향의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면 그 모든 반응들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반응의 많고 적음이나 강하고 약함 등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어떤 반응을 기대하지 말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알아차리시면 됩니다. 이때 감정과 생각 속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무의식적으로 대상(사람, 물건, 꿈 등)에 의미부여하거나 다른 것과 결부시키는 마음이 줄어들어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기니 이는 무념으로 가기 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알아차림이 잘 되어 나가면 각각의 반응들이 어떤 과정으로 변해 나가는지 관찰해보아야 합니다. 고정된 모양이나 색깔이 있는지, 같은 반응들이 지속되는지, 일어나고 사라짐에 시작과 끝이 있는지, 일어나는 곳과 사라지는 곳이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 나가면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체나 자아없이 조건에 의해 변화해 나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몸이 단일체나 불멸의 영혼 같은 것이 있어서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바른 견해가 생겨 수행의 길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화사 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