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괴로움을 야기 시키는 번뇌망상(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하여 알더라도 그 번뇌의 근원이나 원인을 모르면 나무의 뿌리는 그대로 둔 채 잎과 가지만을 논하는 꼴과 같습니다. 감정과 생각은 주관(의식)이 객관(법)과 접촉해야 일어납니다. 객관은 흙·물·불·바람의 4대 화합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영상이나 개념, 기억, 감정, 생각 등을 이루는 재료입니다. 4대로 이루어진 대상들은 이 4대 기운이 결합하여 물질로 존속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흙은 자만심, 물은 분노, 불은 탐욕, 바람의 기운은 시기질투를 일으키게 하는 근본인자이며 여기에 갖가지 부차적인 심리들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원각경 보안보살장에서 설하기를 ‘4대가 모여 몸을 이루고 이 몸의 4대의 기운이 모여 마음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4대가 흩어져 버리면 몸이 소멸하고 4대의 기운으로 형성된 마음도 소멸한다.’고 설합니다. 4대는 허공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 5대라고 합니다. 능엄경에서는 허공이 무지를 일으키는 원인임을 설하고 있습니다. 또한 허공은 원각이 그 근원임을 원각경 보안보살장에 설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5대를 낳은 그 근원은 원각이고, 원각에서 나온 5대는 물질과 심리를 낳는 원인입니다. 그래서 5대의 대(大)를 종(種)이라 합니다. ‘종’은 씨앗으로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만드는 원인이라고 『구사론1권』에서 설하고 있습니다.
5대를 관찰함은 곧 몸은 단일체가 아닌 화합체이니 무가 아니며 시간적으로 변하므로 유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다’ ‘내 것’이라는 유신견(有身見)의 생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몸의 5대는 감각을 통해 표현되고 형상을 형성하는 재료로서 인식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몸의 모든 현상은 심리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몸의 통증은 흔히 몸이 아프다라고 하지만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아픔은 촉각으로서 마음이 아픈 것입니다. 대상도 마음의 현상임을 이해하게 될 때 마음 하나로 집중됩니다.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는 그 하나는 마음 하나입니다. 마음 하나가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쇄이며 깨침의 관문입니다. 바로 선가에서 말하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뜻인 것입니다. 만일 마음의 본성을 볼 수만 있다면 모든 존재의 삶과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사진에 비유하면 5대는 필름을 형성시키는 인자이며 필름은 영상, 개념, 과거기억, 생각, 감정, 물질이며 인화내용은 갖가지 심리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화사 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