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으로 몸과 마음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대소승 모두 같습니다. 정념을 관하는 지혜라고 종경록에서 설하듯이 대상에 정념하는 것이 곧 관(觀)입니다.
정념은 주의집중, 불망(不忘), 자각, 알아차림, 마음챙김, 깨어있음이라고 합니다. 알아차림의 뜻은 대상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거나 미래로 왔다갔다하는 마음을 현재 이 순간에 깨어있게 합니다. 그리고 감각이든 영상이든 선악의 생각이든 어떤 현상이든 감정과 생각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의미부여하여 다른 것과 결부시키지도 않습니다.
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물을 볼 때 보는 주체가 없이 봄만 있게 되며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보고 듣는다는 ‘내’가 들어있으면 너·나의 대립이 생기고 온갖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념의 성격이 자비수와 함께 했을 때 그 작용은 어떠할까요?
정념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아니고, 보는 마음의 작용이므로 자아가 없습니다. 자비는 너와 나의 분별을 떠나 있으므로 자비심의 자비손 역시 자아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비와 정념은 서로 도와주고 함께 작용 하며 서로 통하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자비수는 몸의 막힌 기혈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잠재되어 있던 자비종자를 일깨우고 증장시켜서 관찰하는 마음과 공조를 이루어 마음의 부정적인 심리를 없애거나 억제합니다. 특히 정념관찰은 자비손에 의해 빠르게 나타나는 5대의 현상을 삼법인으로 쉽게 관찰하게 합니다.
만일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마음 상태가 부정적인 것(분노, 우울, 불안 등)이라면 원각경에서 설하듯이 몸기운에 의해 마음이 형성되므로 몸기운을 바꾸어주면 마음도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바뀌게 하는 방편이 자비수이며 정념은 바뀐 마음의 본성이 무상이며 괴로움이고 자아없음을 분명하게 꿰뚫어 보게 하여 마음을 근본적으로 해탈하게 하는 것입니다.
첫째, 기억을 억압하고 있는 잠금장치를 풀고 그 정보가 나타나게 공조합니다. 둘째, 나타나는 과거의 기억과 영상에 대해 그 본질이 환임을 꿰뚫어 알게 하여 마음을 자유롭게 합니다.
즉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데, 그것의 무상함과 무상 속에서 괴로움과 자아없음을 꿰뚫어보게 합니다. 셋째, 5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쉽게 관찰하게 합니다. 넷째, 있는 그대로의 관찰이 현재의식으로 깨어있게 하여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 않게 합니다. 다섯째, 현재 이 순간 무아로 깨어 있는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고 지속시키는 것이 정념입니다. 그 결과는 증지(證知)를 이룹니다.
동화사 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