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무기공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지요?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것이 무기에 빠진다는 것인가요?
A : 몸의 현상을 관찰하여 감각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면 몸의 형상이 사라진 것인지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만일 몸의 현상이 사라졌다면 몸과 관련되는 심리들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며 이는 몸삼매 현상으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일어납니다. 만일 몸의 형상이 모두 사라져서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그 상태에 머물고자한다면 아마 무기공(無記空)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는 다시 관찰대상을 찾아야합니다. 그래야만이 의식이 깨어나고 무기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무기공이란 의식이 깨어있지 않고 멍하거나, 기억이 없으면서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무지와 같은 뜻입니다. 몸이 다 사라져 허공상태가 되는 현상이 궁극인줄 착각하여 여기에 머물게 되면 무기공에 빠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허공의 요소는 무지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삼매현상은 마음이 맑아지는 상태입니다. 마치 바람에 의해 출렁이는 물결 때문에 흙탕물이 되지만 바람이 멎으면 물결이 잔잔해지고 그 물이 맑아지듯이 마음이 고요해지면 그만큼 마음이 맑아져 졸음이 오지 않습니다. 이 상태를 선정의 상태라 하며 여기에 마음이 머물 때는 선정이 깊어집니다.
그런데 졸음이나 잡념이 일어나는 것은 몸의 허공 상태에 마음이 묶일 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몸의 허공상태는 자비손이라는 방편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몸이 사라져 없지만 바닥에 닿아있는 엉덩이 부분에는 현상이 있으므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하여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다른 부분에 감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관찰하고 그 현상이 사라지면 다시 바닥에 닿아 있는 부분으로 와서 관찰합니다.
무기공의 상태가 계속되면 의식이 어두워지고 지혜가 계발되지 않으므로 빨리 무기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매순간 대상의 변화(무상)를 놓치지 않고 알아차림을 철저히 해야만 무기에서 빠져나와 의식이 깨어나게 됩니다.
또한 좌선시의 혼침 역시 번뇌의 일종인데, 번뇌는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혼침이 반복된다면 일상 속에서의 생활습관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고, 나아가 경전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혼침에서 벗어나는 하는 길입니다.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 명확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진에 매진하는 자세는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동화사 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