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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계(戒)란 무엇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善 실천하며 나태하지 않는 것
악행 멀리하려는 자발적 규범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가지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삶을 다짐하곤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담배를 끊어야지, 운동을 해야지 등등.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에게 만족스럽지 못했던 점 등을 고쳐, 새해에는 좀 더 멋진 모습으로 거듭 나 보겠다는 참으로 가상한 생각이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이 가상한 생각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하루 이틀은 의욕으로 불타지만, 몸은 곧 게을러지고 마음도 적당한 핑계거리를 제공하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켜 준다. 필자 역시 작심삼일녀다. 그래서 요즘 삶에 크고 작은 자극을 주는 책들을 틈나는 대로 뒤적거리며 스스로를 바꿔 보고자 노력 중인데, 흥미롭게도 이런 종류의 책들이 성공의 비결이라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좋은 습관’이다. 생각해 보면, 새해의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모처럼 시작한 행동을 습관으로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좋은 습관’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계(戒)의 의미이다. 계는 산스크리트어인 실라(CIla)의 한역으로, 원래 성질이나 특징, 습관, 행위 등을 의미하는 말인데, 이 말이 불교에 도입되면서 특히 ‘좋은 습관, 좋은 특징, 선한 행위, 도덕적 행위’등을 가리키게 되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좋은 습관이란 재가자의 경우 오계(五戒)가 중심이 된다.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술을 멀리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인도 사회에서 권장되고 있던 도덕적인 행동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계로 제정, 불교도들에게 실천하도록 가르치셨다. 오계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계는 특별한 규범들이 아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아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매우 기본적인 윤리에 근거한 항목들이다. 바로 이러한 올바른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점차 몸에 좋은 습관이 붙어 몸과 마음이 악행을 떠나 자유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계의 이상적인 상태이다.

계는 강제성을 지니는 규범은 아니다. 이것은 악행을 멀리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정신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설사 어겼다 해도 벌을 받는 일은 없다. 그런데 나약한 인간에게 있어 자율성이란 때로는 큰 방해물이 되곤 한다.『대지도론』권13에서는, “즐겨 선도(善道)를 실천하며 스스로 게으름 피우지 않는 것, 이것을 계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선한 행동을 즐겨 실천하며,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계라는 것이다. 의지가 약한 인간에게 있어 계의 지속적인 실천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유혹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욕망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을 택하고 싶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도 살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므로 항상 정견(正見), 즉 올바른 견해를 확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수많은 나쁜 습관에 익숙해지게 된다.

우리는 계라는 말에서 묘한 구속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어차피 어길 계, 아예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계를 실천하는 길이 끝없이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계가 습관이 되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계의 보호를 받게 된다. 여기 아침마다 공원을 산책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 있다고 하자. 어쩌다 늦잠을 자 허둥지둥 출근길에 올랐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하루 종일 몸과 마음이 개운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이 찜찜한 기분이 싫어 가능한 한 날마다 그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좋은 습관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선물해 줄 것이다. 한편, 매일 매일 담배를 피워대고 폭음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자신의 몸이 니코틴과 알코올로 찌들어 가는 대도 그 나쁜 습관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가 얻게 될 결과는 자명하다. 이와 같이 몸이 어떤 습관을 얻게 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다. 계는 업(業)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

새해가 되면 항상 세우는 계획 속에 올해는 계의 실천을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윤리를 인식하고 그 실천을 습관으로 이어가는 정신력을 기른다면, 우리는 이미 깨달음의 세계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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