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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바다’ 항해 17년…‘지혜 섬’ 보일 듯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1.31 10:00
  • 댓글 0

지혜의 호롱불 밝히는
마산반야불교학당을 가다

<사진설명>늦은 시각 경전공부에 흠뻑 빠져있는 반야불교학당 회원들.

겨울 밤 짙은 어둠이 깔리고 제법 바람이 쌀쌀해져 옷깃을 단단히 여미는 시간. 거리에 사람들은 제 바삐 따뜻한 온기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고 높은 건물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하나둘 빛을 잃어갈 때 즈음 마산반야불교학당에서 켜지는 형광등은 주위를 더욱 환하게 밝힌다.

단 한번의 휴강도 없어

매주 월요일 밤 경전공부의 열기로 동장군도 물러가는 이곳은 마산시 오동동에 위치한 마산반야불교학당이다. 17년 동안 단 한 번의 휴강도 없었던 이곳. 무엇이 100여명의 불자들을 겨울이고 여름이고 한 결 같이 이곳으로 모여들게 하는 것일까.

지난 1월 22일 월요일 오후 8시. 60평 정도의 공간인 이곳에 몇 개의 작은 난로가 애써 온풍을 내뿜어보지만 들어서자마자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쳐, 들어서는 이의 몸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사람들은 난로에서 풍기는 작은 온기 앞에 서서 몸에 밴 찬 공기를 녹이고 서둘러 앞줄부터 차례차례 차디찬 바닥에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은 뒤 자세를 바르게 다잡는다. 제법 두꺼운 『서장(書狀)』을 꺼내 지난주에 공부한 앞부분을 읽으며 조용히 스님을 기다린다.

불자들이 기다리는 스님은 다름 아닌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 월요일 낮과 저녁 두 차례 경전강의를 하고 있는 스님은 이미 낮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 옆 조그만 방에서 불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자들은 강의 시작 전 예불을 올린 뒤 두 손을 모아 스님에게 법을 청했다. 그들이 모은 두 손에서 풍기는 온기는 난로의 열기보다 뜨거웠으며 간절하고 정성스러웠다. 이내 스님은 맑고 환한 미소를 건네며 부처님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는데 한 주 동안 별일들 없으셨죠. 그럼 함께 읽어볼까요.”

지안 스님이 17년 전 마산포교당 정법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시작한 경전공부반은 불자들이 법문은 자주 접할 수 있지만 경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회원들 ‘십시일반’ 학당 마련

사실 지금은 기반이 잡혀 기름칠이 잘 된 수레바퀴처럼 잘 돌아가지만 한동안은 위기도 닥쳤었다. 1997년 지안 스님이 통도사로 가면서 자연스레 불교학당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미 경전공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불자들은 십시일반 강의 장소 물색에 나섰고 전세금을 모금해 지금의 마산 오동동에 마산반야불교학당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공부에 대한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데 스승의 마음은 어땠을까.

17년 동안 불자들은 물론 지안 스님조차도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일이 없다. 설날이나 추석에 낀 월요일만이 유일한 휴강으로 연중무휴다. 그래서 지안 스님에게 이곳은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불자들이 배운 경전들은 무려 20여 권이 넘는다. 『금강경』,『신심명』,『원각경』,『능엄경』등 원문으로 배우는 경전공부는 사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동참하고 싶어 왔다가 이내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있었다.

“불교의 매력 경전 속에”

“매주 월요일 저녁은 언제나 선약이 있는 셈이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심신이 생겨납니다. 불교의 매력은 경전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반야불교학당 박성출 회장·해잠·51·부동산업)

“98년부터 꾸준히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문으로 된 경전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지안 스님께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설을 해주시니 어려운 경문도 어느새 제 것이 되죠.” (이현도·49·일광·언어학박사)

지안 스님의 강의는 9시를 훌쩍 넘어도 계속 이어졌다. “그대의 이른바 큰 죄란 것은 성현도 또한 능히 면치 못함이니 다만 허상이 위없는 높은 법이 아닌 줄 알아 능히 마음을 이 사문에 돌이켜서 반야지혜의 물로써 더러움을 씻어 없애고 청정히 스스로 고하여 지금 당장 좇아가 한 칼로 두 조각을 내어 다시 상속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지니, 반드시 앞을 생각하고 뒤를 생각하지 말지어다.” 

마산=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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