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대만고궁박물관에 소장된 ‘고구려사신’의 조우관. |
‘새 깃을 꽂은 관’ 즉 조우관은 수렵시대 북방 유라시아 기마민족들이 머리에 쓰던 유물로, 고고인류학 분야에서 한국인들의 원류를 추적하는 주요 소재로 활용돼왔다. 특히 대만고궁박물원에 소장된 당염립본왕회도(唐閻立本王會圖)에는 ‘조우관을 쓴 고구려사신’이 발견돼, 동이족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한국인들은 새 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상징이자 원류를 의미하는 장식으로 받아들여 왔다.
최근 새 깃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계통과는 다른 형태의 새 날개 관이 사산조 페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까지 유입됐다는 학설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사진설명>사산조 페르시아 바흐람 2세의 조익관. |
경주대 임영애 교수는 중앙아시아연구 11집에 발표한 「서역불교미술에서의 조익관과 관대」에서 “새 깃을 꽂은 관(鳥羽冠)과 새 날개가 장식된 관(鳥翼冠)은 계통이 다르며, 새 날개 모양으로 장식된 조익관은 페르시아 왕관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사산조 페르시아 바흐람 2세부터 자신의 관에 새 날개 장식을 달기 시작했으며, 이는 정통성이 약했던 바흐람 2세가 강력한 왕권과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새날개 관장식을 애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사산조 페르시아 왕관에 사용된 새는 조로아스터의 경전인 아베스타 경전에 등장하는 ‘흐바르나’이다. 아베스타 경전의 하나인 야스트 제19장에는 “흐바르나가 새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그 새는 독수리 바라그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 독수리가 왕관에 형상화된 것이다.
페르시아의 조익관은 서역으로 유입되면서 금강역사의 머리에 다시 등장한다. 또 서역을 거쳐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된 조익관은 윈강 및 용문석굴의 금강역사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조 교수는 “특히 윈강석굴 제10굴과 용문 빈양남동에 바흐람 2세와 동일한 모양의 조익관을 쓴 북위시대 금강역사가 등장한다”며 “서역북도의 금강역사와 각종 보살상들이 사산조의 제왕들이 두르고 있는 디아뎀과 동일한 관대와 관대리본으로 장식돼 있는 것 또한 사산조의 문화가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유입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최근 경주 사천왕사지 발굴조사에서 조익관 모양의 관을 쓴 파편이 발견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윈강·용문석굴에서 발견되는 조익관을 쓴 사천왕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탁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