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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 설화 주인공은 혜공왕”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2.12 09:06
  • 댓글 0

성낙주 씨 ‘에밀레 전설의…’논문서 주장
정치희생양 ‘어린왕’에 대한 연민의 표현
기존 ‘인신공희’·‘사신공덕’설 전면 반박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전설이 신라 혜공왕대(신라 36대왕, 756∼780) 왕실의 권력 암투 과정을 재가공한 정치고발성 설화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교미술사학자 성낙주〈사진〉 씨는 『한국문학연구』제31집에 수록된 「에밀레종 전설의 정치학적 독해」에서 “에밀레종 전설은 어머니 만월부인과 외삼촌 김옹의 정치적 전횡의 결과로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끝내 살해당한 혜공왕을 빗댄 설화”라고 주장했다. 이는 에밀레종 설화를 불교의 사신공덕(捨身功德) 내지 상고시대 이래의 인신공희(人身供犧)로 해석해온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다.

성 씨는 “혜공왕이 8살에 즉위한 후 모후 만월부인과 그녀의 오라비인 김옹은 함께 국정을 농단했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친정 왕조를 개창하려다가 김양상 등의 반발로 실패했다”며 “당시 신라 중대왕실의 몰락을 지켜본 신라인들이 혜공왕에게 연민을, 만월부인에게는 분노를 품게 되었던 정서적 흐름이 에밀레종 전설의 배경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성 씨의 설명에 따르면 경주 지방에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어머니 실언형 에밀레종 설화 외에도 어머니가 종장(鐘匠)인 오라비를 위해 아이를 보시했다는 보시형 설화와 또 다른 한 명의 아이가 더 희생이 되는 후일담형 설화가 전해져왔다. 그런데 보시형 설화에는 실언형에는 등장하지 않는 외삼촌이 등장한다. 외삼촌이 종을 아무리 만들려 해도 거듭 실패하자 이를 자신의 부덕(不德)때문이라 여긴 누이동생이 자신의 아이를 바쳐 종을 완성시키기로 결심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가 도가니 속에 던져지고 종이 완성되는데, 종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로 들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성 씨는 “에밀레종 설화를 창작한 신라인들은 중대왕실이 단절된 책임을 만월부인에게 묻고 있었다”며 “만월부인을 자식을 버린 ‘악한 어미’로 인식하면서 어미에 의해 소외되고 핍박받은 혜공왕에 대한 동정어린 마음이 에밀레종 설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낙주 씨는 이와 더불어 “후일담형에 등장하는 제2의 아이가 혜공왕 다음으로 즉위한 선덕왕”이며 “선덕왕은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만월부인과 오라비 김옹을 타도함으로써 중대왕실을 바로 세우려 했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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