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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들이 禪 포교 나설 때 간화선 중흥”

기자명 법보신문
  • 선정
  • 입력 2007.03.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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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 선수행 지도 1년 운문선원장 일 수 스님

철야정진은 생사문제 해결 힘 얻는 지름길
‘동중선’ 배울 때 안심입명처 찾을 수 있어

“좌복에 앉아 간절하게 화두를 챙기는 것이 정중선(靜中禪)이라면, 좌복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동중선(動中禪)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과 동은 결코 둘이 아니며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고불총림 백양사 운문선원장으로 수좌들을 지도하다가, 도심에서의 선(禪) 포교를 결심하고 서울에서 재가선객들을 경책하기 시작한지 이제 막 1년을 넘긴 일수(一守) 스님. 서울 성북동 법천사 운문선원에서 재가불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스님은 재가불자들을 위해 죽비를 잡으면서 줄곧 ‘동중선’을 강조해왔다.

산중 선원에서 수행중인 스님들과 달리 재가불자들은 일상생활이 우선이기 때문에 ‘정중선’을 강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거리가 멀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선 수행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서도 선원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재가불자들에게 법천사까지 오고가는 차안에서는 물론이고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등의 일상생활에서 화두를 드는 것 자체가 수행임을 강조하며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환희심을 내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화두를 드는 것이 간화선이고, 그렇게 화두를 들 때에만 본래면목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일수 스님의 설명이다. 때문에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동중선 공부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화두를 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봉암사 결제 중 서옹 스님의 부름을 받아 고불총림으로 수행처를 옮겼던 일수 스님은 “전 백양사 방장 서옹 큰스님의 참사람수행결사운동도 결국은 동중선이며, 동중선 공부를 제대로 배울 때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안심입명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동중선 공부의 효과를 설명했다. 또 “참선을 통해 불교의 근본원리를 알게 되면 마음으로부터 사물을 바라보고 국가와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참선 수행이 개인의 안정은 물론 인류의 평화정착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거철에는 매주 토요일, 그리고 평상시에는 매월 1·3주 토요일에 대중과 더불어 참선 철야정진을 하고 있는 스님은 “수행의 기틀을 잡고 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야정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철야정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님은 그동안의 수행경험을 통해 철야정진을 했을 때에야 비로소 힘이 생긴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재가불자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철야정진을 해야 화두를 올바르게 들 수 있고, 그 힘으로 화두 타파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4년 종단개혁 때 선원대표로 참여했던 스님은 당시 개혁이 끝나면 산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산으로 돌아간 스님을 향해 일부에서 개혁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산중에만 있으면 되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님은 “언제든 수행의 힘이 생기면 재가불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평소 인연 있는 불자로부터 재가불자들을 지도해 줄 것을 요청 받고 “재가불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서 도심 속 선 포교에 나선 것이다.

스님은 “지금 이렇게 재가불자들과 함께 수행하는 것은 수좌로 평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한 내게 있어서 스스로의 공부를 확인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이기도 하다”며 “많은 수좌 스님들이 도심에서 선 포교를 할 수 있어야 간화선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후배 스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전례를 만들어 볼 것”이라고 재가불자들을 지도하는 입장을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수좌는 산중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산중과 도심이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서울에서 재가불자들을 지도하는 동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거나 지도자의 점검 없이 오랫동안 홀로 수행해온 불자일수록 상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경책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래서 철야정진 때면 언제나 죽비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수행에 있어서도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스님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종교는 설 자리가 없는 만큼, 선 수행을 통한 포교가 어려워도 방편에 치우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원칙없이 방편에 끄달리는 모습을 경계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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