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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불사음계(不邪戒)

기자명 법보신문

삿된 음행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 의미
바른 성도덕 실현…행복한 부부관계 형성

불사음계는 잘못된 성욕 및 그 실천으로부터 떠나 이를 멀리할 것을 가르치는 계이다. 오계 가운데 세 번째이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의 하나이지만, 이를 절제하지 못한 채 끌려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경악할 만한 뉴스의 상당수가 불륜 등 남녀 간의 치정을 원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불사음계라는 용어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계가 경계하는 것은 사음이다. 사음이란 삿된 음행, 즉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범행(梵行)이라 하여 음행을 떠난 생활이 매우 중시된다. 그래서 출가자의 경우에는 모든 성생활을 완전히 끊는 것이 요구되며, 적어도 초기불교의 입장에 의하면, 음행이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음행을 한 출가자는 즉시 승단으로부터 추방당하거나, 설사 금방 뉘우쳐 승단에 남는 것만은 허용되었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 정식 구성원으로서의 신분은 얻을 수 없다. 즉 가장 낮은 신분으로 다른 비구나 비구니에게 평생 봉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음행은 출가자에게 있어 가장 큰 죄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재가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가정을 꾸리고 재가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므로 어느 정도의 성생활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 그 중요한 허용 기준이 바로 부부이다. 음행 가운데서도 불교는 특히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의 도리를 벗어난 성생활을 엄격히 금한다. 이것은 부부간의 정절이야말로 올바른 성 도덕의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계의 다른 항목들이 그러하듯, 이 불사음계 역시 사음을 멀리한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평소에 행복한 부부 관계를 형성한다고 하는 적극적인 의미도 포함한다. 빨리어로 된 초기경전인『앙굿따라니까야』나『디가니까야』등에 의하면, 부부가 서로 신뢰하고, 진실한 마음을 건네며, 스스로 삼가고, 올바른 생활을 하며, 서로 사랑이 담긴 말을 건넨다면 두 사람의 행복은 더욱 더 증장하고 평안한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천 사항으로서, 먼저 남편은 아내를 존경하고, 경멸하지 않으며, 다른 여자와 사음하지 않고, 권위를 부여하며, 장식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권위를 부여한다는 것은 집안일에 대해 부인에게 지배권을 주는 것으로, 일일이 잔소리하며 간섭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장식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자신의 재력에 따라 장식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것은 결코 사치나 낭비를 권장하는 것이 아닌, 자기 아내의 취향에 대해 세심한 관심으로 배려하라는 의미이다. 한편, 아내는 요리나 집안 정돈 등 가사를 잘 해내고, 권속을 잘 대우하며, 다른 남자와 사음하지 않고, 모은 재산을 보호하며, 해야 할 모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근면해야 한다고 한다.

현대의 이상적인 부부상과 고대인도의 그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정절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원만한 부부 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임에 틀림없다. 부부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부부가 화합하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식들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교육이 되고, 이것은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를 이어가며 이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 가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개인의 윤리의식, 이것이야말로 이 사회의 윤리의식이자 이 사회의 미래인 것이다. 온갖 성범죄로 들끓는 현대사회.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이야말로 불사음계의 실천을 통해 신뢰와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쌓아갈 때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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