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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寫經하듯 정성껏 살리라”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4.10 13:29
  • 댓글 0

부산 영축선원 사경모임

<사진설명>출가열반일을 맞아 영축선원에서 사경하고 있는 불자들.

“위 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 / 백천만겁인들 어찌 만나리 / 내 이제 보고 듣고 받아지니며 / 몸과 맘에 정성다해 사경하오니 /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 - 사경 예경의범 中 ‘개경게’

가족들이 모두 깊은 잠에 든 늦은 밤, 부산에 사는 진영자 씨(법원성, 55)는 방 한켠에 고요히 낮은 탁자를 펼치고 그 위에 『법화경』과 한 권의 공책을 올려놓는다. 탁자 위의 전등만을 밝힌 채 깊은 호흡으로 예경을 올리고 앉아 시작하는 것은 법화경 사경. 까만 수성펜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전등보다 더 밝은 환희심이 빛을 발한다.

늦은 밤을 사경 수행의 빛으로 밝히는 불자는 이 씨 뿐만이 아니다. 부산 영축선원(선원장 반산) 신도 30여 명이 이렇게 하루 일과 중 한 시간 이상을 사경으로 보낸다. 영축선원은 개원 3년이 된 도심의 작은 포교당이지만 개원 직후부터 불교경전대학을 6개월 마다 운영하고 이와 함께 사경 수행을 지도하며 불자들의 신행을 다양하고 깊게 이끌고 있다.

“한자도 좋지만 한글로 쓰면서 그 뜻을 음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붓이 여의치 않다면 수성펜도 좋고 연필도 관계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경을 하는 마음이며 그 사경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고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조건 붓을 들도록 하면 사경을 어렵게 느껴서 쉽게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도심 불자들을 위해 수행방편 중 사경을 택한 영축선원 주지 반산 스님이 불자들의 근기에 맞게 사경을 권하는 이유다. 스님은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을 만나 서로 사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조언을 받기도 한다. 특히 영축선원은 100일 기도를 이어가면서 기도 회향 때마다 ‘사경공책 헌공’ 순서를 빼놓지 않는다. 덕분에 디지털화 된 현대사회에서 글 한 자 쓸 기회가 없는 불자들에게 사경은 수행의 새로운 묘미를 전달한다.

“불교대학에서 배운 경전의 가르침이 사경을 통해 확실하게 와닿습니다. 고요한 밤에 사경을 하다보면 하루를 점검하는 시간도 됩니다. 그렇기에 한 경전을 완성하고 불전에 올리며 시방세계로 회향할 때의 감회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김선옥 씨 (육화성, 51)

“사경을 하면서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생겼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남편과 아이들도 사경에 동참하고 불교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가족 간의 대화에도 부처님과 제자들의 말씀을 인용하다 보니 웃음과 배려가 더 많아졌습니다.” 이순연 씨 (묘련행, 50)

영축선원은 출가 열반재일을 맞아 재발심의 계기를 가졌다.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20 여명이 매일 오후 2시부터 500배 참회정진과 함께 사경 수행을 병행한 것이다. 법당에 책상을 펴고 앉은 불자들의 모습은 모여서 사경하는 경우가 흔치 않음에도 늘 함께한 것처럼 정갈한 모습이다. 그 만큼 일상에서 사경 수행을 실천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풍경이다.

“한번 사경하는 것은 경전을 5번 읽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주의를 기울여서 하기 때문에 양 보다는 질을 중요시 하게 되죠. 우리나라가 활자 기술을 가장 먼저 보유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경 공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장경을 간행할 때는 1자 1배를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에 오탈자도 적게 됩니다.”
051)752-0108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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