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의 명절 ‘곡우’… “차맛여행 떠나요”
차인의 명절 ‘곡우’… “차맛여행 떠나요”
  • 김형규
  • 승인 2004.08.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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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로 떠나는 차문화 기행
봄이다. 가장 맛있는 햇차 세작(細雀)이 나온다는 계절이다. 차인들의 마음은 벌써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는 차밭으로 향한다. 달콤 쌉사라한 그 맛. 봄을 따라 차 내음을 물씬 풍기는 남쪽 들녘. 맛과 흥취의 고장 남도로 차 문화기행을 떠나보자.



국내 최대 차 재배지 ‘보성’

남도의 봄은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 입은 보성 차밭에서 시작된다. 20만평에 이르는 우리 나라 최대의 차 재배지로 차인이라면 한번쯤은 들려 볼만한 곳이다.

보성읍에서 남쪽 바다를 향해 가다가 활성산 붓재를 넘으면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짙푸른 이랑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인 보성 차밭이다. 이곳의 차나무들은 대밭이나 떡갈나무, 오리나무 숲 산비탈에서 이슬 맞으며 자라는 야생 차나무들과 달리 대규모로 인공 재배되고 있지만 그 맛은 결코 야생차에 뒤지지 않는다.

차나무가 잘 자라려면 날씨가 따듯하고 연평균 강우량이 1500mm이상은 돼야 하는데 이곳은 강수량이 적어 차를 재배하기에는 부족한 곳이다.

그러나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끼여 부족한 강수량을 보충해 주는 하늘이 내린 차 재배 적지다.

보성군은 1985년부터 해마다 봄철 차 수확기인 곡우가 되면 전국에서 유일한 차 문화축제인 보성 다향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5월 9일부터 5일간 열리는데 첫날 다신제를 시작으로 차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대회, 다례 시범 등의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차 부뚜막 있는 ‘다산초당’

햇빛 아래 번쩍이는 원색의 푸른 산과 들.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구강포의 잔물결. 강진의 봄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한 자락에는 한없는 민중사랑으로 수많은 저술을 남긴 조선조 실학자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자리하고 있다.

강진읍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 뒷산인 만덕산을 오르면 그 기슭에 다산학(茶山學)의 산실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자리하고 있다. 정약용은 18년간의 귀양살이 중 이곳에서 10년을 보냈는데 다산(茶山)이란 야생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칭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달리 차를 좋아했던 다산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다산초당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솔방울을 태워 차를 달이던 다조(茶 ·차 부뚜막)다. 초당 앞에 놓여있는 소박한 다조를 보고 있노라면 정약용이 손수 차를 달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또 그가 차를 끓일 때 사용한 샘과 손수 바위에 남긴 정석(丁石)이란 글자도 남아 있는데 다산의 생활을 짐작케 하는 유물이다. 이곳에는 다산을 유달리 존경했던 추사 김정희의 친필도 남아있는데 초당 옆 동암에 걸린 ‘보정산방(寶丁山房·정약용을 보내롭게 모시는 산방)’이 그것이다.

지금의 초당은 터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싶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이다. 초당이라는데 무슨 기와집(?) 할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다산 당시의 건물은 아니고 폐허가 된 터에 다산유적보존회에서 크게 복원한 것이다.



다선일미의 깊은 뜻 일지암

‘차와 선은 다르지 않다’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으로 우리 차의 정신적 세계를 수행의 단계로 끌어올린 다성(茶聖) 초의 선사. 차 한자를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는 초의 선사의 흔적이 물씬 남겨 있는 곳이 바로 해남 대둔사 말사 일지암이다. 우리차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일지암은 초의 선사가 말년에 기거하며 손수 차를 일구던 다원으로 지금의 일지암은 그 동안 무너져 있던 옛 터에 한국차인연합회에서 옛 주춧돌 위에 새로 띠집을 지은 것이다. 일지암에는 차와 관련된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 초의 선사가 차를 따던 차나무가 앞 둔덕에 지금도 푸르게 남아있고, 일지암 뒤편 돌 틈에서 솟는 샘물은 대나무로 연결된 돌확을 거쳐 크고 작은 연못을 차례로 채운다. 그 샘 근처에는 찻잎을 다루는 맷돌이 놓여 있고 일지암 마루 뒤편에는 찻물 끓이는 부뚜막이 남아 있다. 또 이곳에는 초의 선사가 평소 차를 마시며 다선 삼매에 들던 넓적한 돌 평상이 남아있어 소탈한 스님의 인품을 느끼게 한다.



길잡이

■보성 차밭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에 있다. 보성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율포 해수욕장쪽으로 8km 가면된다. 보성읍에서 율포 해수욕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으며 보성 차밭은 도중에 있다.

■다산초당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에 있다. 강진읍에서 2번·18번 국도를 따라 영암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좌회전해 1.6km 가면 왼쪽에 다산 초당으로 가는 2번 군도로가 있다. 강진에서 다산 초당을 지나는 버스가 하루에 11번 운행되고 있다.

■일지암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장춘동에 있다. 해남에서 827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신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오른쪽 807번 지방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대흥사 입구에 닿는다. 대흥사 본절에서 대광면전을 지나 두륜봉을 향해 가면 일지암이 나온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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