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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요? 삼 천배도 할 수 있어요”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4.23 10:28
  • 댓글 0

절 수행으로 장애 극복하는 홍 현 승 군

<사진설명>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만난 홍현승 군. 매일 108배 하는 그는 복지관에서 일명 '얼짱'으로 통한다.

“다른 친구들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하고 싶은 말도 자유롭게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똑바로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제 마음대로 잘 되지 않기에 삼 배, 108배하는 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너무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처음에는 그저 법당을 직접 가보기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출생 시 호흡곤란으로 뇌성소아마비 1급 판정을 받은 창일중학교 3학년 홍현승(17·도현) 군. 그는 비록 걷고 말할 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각기 손과 발이 움직이는 장애를 가졌지만 수행으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그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의지의 청년 불자다.

매일 108배와 정근기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법회에 참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찾은 화계사의 학생회. 법회에 참석한 그날 일은 이제 그의 인생에서 손가락에 꼽힐 만큼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법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법우들이 108배 할 때 비록 저는 그 수의 반도 채우지 못하지만 그들과 저는 전혀 다르지 않은 똑같은 불자니까요. 절을 하면서 저는 그 걸 배웠어요.”

홍 군은 2005년 처음으로 108배와 만났다. 불자라면 당연시 되어야 할 108배가 자신에게는 큰 장애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싫었다. 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그저 죽기 살기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 배, 일 배 도전한 것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15분이면 끝날 108배가 장애를 가진 그에게는 몇 시간의 고행인 것은 당연한 일. ‘이걸 왜 하고 있지?, 너무 힘들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마지막인 백 여덟 번째 절을 마쳤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어머니와 법우들, 모두의 얼굴에 주루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정말 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법당에 들어오기도 힘들었던 내가 삼 배도 아닌 108배를 해내다니. 그 때의 감격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그 이후로 조금씩 108배를 몸에 익혔고 그리고 몇 년 뒤 결심했죠. 매일 108배를 해보겠다고요.”

‘마음에 있으면 삼 천배도 할 수 있지만 마음에 없으면 하루 삼 배도 힘들다’는 말처럼 이제 홍 군에게 108배는 비장애인의 삼 배보다 쉬운 일이 됐다.

장애우 포교사가 꿈

“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조금 더 힘이 들 뿐이에요. 하지만 더 이상 힘들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절 수행이고 또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니까요.”
4월 초부터 시작된 그의 절 수행은 하교 이후 모든 일과가 끝난 뒤 집에서 시작된다. 국악작곡가 김영동 씨의 ‘나를 닦는 108배’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데 4~50여 분 동안 계속되는 그의 절 수행은 바닥에 온 몸을 내던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와 신경의 집중으로 이뤄내는 오체투지다. 108배를 하고 난 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다. 오늘도 내가 해냈다는 생각,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부처님을 만난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몰라요. 『천수경』 구절에 ‘높고 깊은 미묘한 법 백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隅)는 말처럼 그렇게 어려운 부처님 법을 제가 만나고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중학교 생활이기에 항상 도움을 주는 친구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만나는 선생님들, 화계사에서 만나는 법우들까지 그에게는 모두가 감사한 인연들이다.

홍 군은 108배와 함께 최근 신묘장구대다라니 정근기도도 시작했다.

언젠가 삼 천배 도전 목표

“108배가 몸으로 나를 만나는 것이라면 신묘장구대다라니 정근은 입으로 나를 만나는 것 같아요. 발음 하나하나가 모두 어렵고 힘들지만 이 모든 게 부처님을 만나는 지름길이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은 삼 천배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108배가 얼마나 몸에 익으면 이룰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해낼 수 있겠죠?”

시인과 컴퓨터 프로그래머, 장애우 포교사가 꿈이라는 홍현승 군. 매일매일 계속되는 치열한 그의 수행정진은 비장애인들의 나태함을 꾸짖기에 충분해 보인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희 망
           홍현승

달리기도 하고 싶다
축구도 뛰며 하고 싶다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함께 뛰고 싶다

나도 한 가지라도
단 몇 분만이라도
달려봤으면 좋겠다
오늘도 희망 속에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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