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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얻고 깨달음 향한 원력 돈독”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5.22 09:54
  • 댓글 0

철야정진, 어떤 도움 될까

<사진설명>원당암 선불당에서 7일 밤낮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화두를 들고 있는 재가수행자들의 모습. (법보신문 자료사진)

지난 4월 28일 새벽 4시30분 양주 석굴암. 밤새 다라니 정진을 함께했던 여러 도반들과 예불을 마친 후 마지막 삼배를 드리던 박호창(일원·56)씨는 갑자기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 울컥 솟아오름을 느꼈다. 지금까지 6년이 넘도록 머릿속에서 놓치지 않고 외던 다라니 정진 기도였지만 그동안 느꼈던 참회의 마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난 6년 동안 매달 한 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다라니 철야정진은 그에게 있어서는 삶의 등대 같은 것이었다. 평생 일구어온 사업의 실패와 함께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삶의 의미를 잃고 자신도 어머니를 따르려 했지만 자신의 목숨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절망의 상태에서 우연히 시작하게 된 다라니 철야정진.

“처음에는 두렵고 하기 싫었죠. 6년 전 처음 다라니 철야정진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살기 위해 시작했어요. 가끔씩은 아직도 편안한 집에서 누워 잠을 자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잠 한숨 안자고 힘들게 정진했던 순간들이 한 순간처럼 느껴지면서 눈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죠. 그 날 이후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경책하는 마음으로 매달 정진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수행 자신감

74년부터 일주일 철야정진을 62번째 해온 전근홍(56·청봉)씨. “74년 1주일 철야정진을 처음 시작했는데, 3~4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정신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죠. 비몽사몽 힘겹게 1주일 철야정진을 마치고 도반들과 배를 빌려 저수지에 노를 저어 가는 중 문득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배가 가고 오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이후 철야정진에 대한 확신이 들었죠.”

철야정진은 화두건, 절이건, 주력이건 자기 자신과 씨름해야 하는 혹독한 정진의 시간이다.

때문에 수십 번 참여했던 베테랑들도 철야정진은 벅찬 수행일 수밖에 없다. 206개 뼈 마디마디가 쑤셔오고 신경세포가 없는 머리카락과 손발톱까지 아파올 정도이니 그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오랫동안 철야정진을 했다고 해서 노하우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자신감이 생기기는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잠은 떨칠 수가 없죠. 하지만 분명한 건 얻은 것이 없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가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선하는 이들 중에서는 간혹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거나 멀쩡히 앉아있는 것 같다가도 고목나무 쓰러지듯 쿵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또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는 절수행의 경우는 아차 하는 순간 흐름을 놓쳐버리면 손가락도 까닥 하기 싫은 수마가 몰려오기도 한다. 때문에 그 어떤 수행이라 해도 불쑥불쑥 밀려드는 거센 잠과의 싸움은 늘 고통일 수밖에 없다.

노하우 없는 정진릴레이

“매일 1080배씩 하는데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해 철야정진으로 1만 배를 하고 나면 평소 정진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이은영, 32)

“매달 참선 철야정진을 하고 있지만 할 때마다 느끼는 건 하룻밤이 참 길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꾸벅꾸벅 졸면서 했던 정진의 시간이 가장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나와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됩니다.”(김창국, 45)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깨달음과 번뇌가 하나라는 이치를 알기 위해 수마(睡魔)와 싸우며 밤새워 정진하는 재가수행자들. 새벽 해가 밝아 올 때 즈음 이들은 저마다 곳곳에서 각각의 사연을 딛고 업장 고개를 하나 넘어선다. 그리고 다시 정진을 시작한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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