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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과 분황사

기자명 김창국

마음 속 추위 풀어주고

원효 스님 다시 만나게 해

한 잔의 차처럼 고요하고 따뜻한 곳


햇수로는 2년전 겨울이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내가 겁없이 모교인 부산대학교에 멀티미디어박사과정을 지원했었다. 결과는 미리 예상한 낙방이였지만 추운 날씨보다 더 마음을 한동안 얼게 했었다.

힘든 시간속에서 무언가 다른 일을 새로이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분황사를 찾아갔었다. 약간의 안면밖에 없는 주지스님이신 종수 스님께 찾아 뵐 약속을 하고 설날연휴에 경주로 올라갔었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분황사는 일상속에서 내자신을 뒤돌아 볼 여유조차 없는 나에게, 한 잔의 차 향기처럼 고요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주지스님이 내어주신 따뜻한 설록차와 분황사의 편안함이 새로운 기운을 주는 것 같았다. 사실 부처님의 깊은 뜻이나 천수경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내 자신이였지만, 불교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종교이기에 분황사 홈페이지를 제작해드리고 싶다고 주지스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시고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분황사에 자주오게 되었고, 원효제나 사월초파일날에도 꼭 참석하였다. 평소 국보급사찰이라는 큰 타이틀과는 달리, 분황사는 작고 아담한 보광전이나 대종각, 모전석탑등은 주지스님께서 공들여 다듬어놓은 경내의 나무와 꽃들과 함께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고 너그러운 자비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봄, 가을에 개최되는 원효성사대재와 원효예술제는 보광전에 모셔진 원효대사님의 큰 깨달음의 진리를 조금씩 가슴에 와 닿게 해주었다.

어느 날 밤 해골바가지에 괸 썩은 물을 마시고 큰 깨달음을 얻어 노래한



心生卽種種法生

心滅卽龕墳不二

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내 마음 외에 그 무엇이 있겠는가. 모든 일은 나로부터 출발시켜야 한다.’



라고 깨달았던 그 큰 뜻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이제 분황사와는 2년이라는 인연의 시간이 되었지만, 항상 분황사 찾아 가는 길은 향기좋은 한 잔의 차의 따뜻함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자비심을 느끼게 해 주기에 즐겁고 행복해진다.



김창국 (부산대학교강사·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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