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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들고 밥 먹는 순간에도 화두 든다”

기자명 법보신문
  • 선정
  • 입력 2007.07.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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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스님 지도 부산 황령선원 개원 10년
하안거 대중만 100명…매일 7시간 참선

<사진설명>황령선원 하안거에 방부를 들인 재가수행자들은 하루 7시간씩 참선정진을 하고 있다.

부산 황령산 홍제사 황령선원(선원장 혜국)이 올해로 개원 10년을 맞았다. 이곳은 하안거와 동안거는 물론이며 봄·가을 산철에도 방부를 들여 1년 12개월 중 10개월 동안 선방을 운영한다. 또 매주 토요일 철야정진 때 외부에 선원을 개방하는 것 외에는 안거 기간 중에 입방을 허용치 않는다.

황령선원은 혜국 스님의 엄격한 지도에 따라 수행 열기가 이어지면서 10년 전 20여 명으로 출발한 수행자가 지금은 매 안거 때마다 100여 명을 넘어선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변함없는 정진 열기 덕분에 구참 불자들이 절반 이상이고, 남성 불자들도 별도의 처소에서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혜국 스님은 매월 음력 초하루마다 선방 대중을 위한 별도의 소참법문을 통해 수행자들을 지도한다. 특히 스님은 간화선 수행의 초심자에게는 개인마다 문답을 통해 화두를 주고, 또 이미 화두 공부를 해온 수행자에겐 그 화두를 계속 이어가도록 권한다.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고, 각자에게 맞는 화두가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황령선원 선방에는 한쪽 벽에 용상방, 다른 한쪽에는 100여 기의 발우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선방에서 반드시 발우공양을 하도록 한 방침이 있기 때문이고, 이는 곧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 순간에도 화두를 챙기라”는 혜국 스님의 가르침이 담긴 정진의 연장선인 셈이다. 초기에는 매일 발우공양을 했고, 지금도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발우공양을 한다. 10년간의 공양 수행 덕분에 정진 중 묵언은 기본이며, 공양할 때도 죽비와 청수를 따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황령선원은 매일 100명에 가까운 불자들이 모이는데도 한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다. 산중에 위치한 사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서면에서 홍제사까지 운행하는 별도의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 정진을 하면서도 묵언 수행을 하고 청규에 따라 다른 사람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하기 때문이다. 청규는 정진 대중이 함께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결정된 청규를 지키지 못할 때는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된 벌금이 없을 정도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경내 텃밭에서 선농일치를 주창했던 옛 조사들의 가르침도 실천한다.

황령선원 입승 이분숙 씨(법륜화, 77)는 청중 소임을 맡은 이재련(성불화, 73)·박준자(지혜성, 64)씨와 함께 선원의 중요 사안을 논의하고 대중의 동의를 거쳐 청규를 정한다. “여러 선원을 다니다가 혜국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이곳에 정착했다”는 입승 이분숙 보살은 “스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불자들의 수행모습이 한 결 같다”고 선원의 정진열기를 전했다.

고인이 된 어머니를 이어 지난 동안거부터 정진 중인 김정희 씨(청정행, 50)는 “평소 가장 절친한 도반이었던 어머니께서 정진하신 곳이기에 주저 없이 찾아왔다”며 “세 딸에게도 참선 공부를 이어주고 싶다”고 선 수행이 주는 기쁨을 설명했다. 또 총무 박정애 씨(여선행, 55)는 “화두 참구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삼고 집중하면 일상에서 부딪혔던 여러 가지 일들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된다”고 밝혔고, 차정선 씨(천교장, 52)는 “수행의 연장선인 발우공양 덕분에 평소의 식단도 정갈해졌다”고 수행 이후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황령선원 원주 성문 스님은 “스스로 간화선 수행에 간절한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가장 중심이 되는 도량”이라며 “수년 내로 더 넓은 선방을 마련해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051)802-0130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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