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8 茶와 농약 검출 소동

기자명 법보신문

차나무 관리는 엄격하고 양심적이어야

음울한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린다. 선명하던 하늘과 땅, 그 경계가 사라진 듯 천지가 물바다, 혼연(渾然)하다. 언제까지 비가 오려나. 눅눅해진 방의 습기라도 말려 볼 양으로 빛바랜 선풍기를 켜 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녹차에서 고독성 농약 검출”이란 연합뉴스 기사로 KBS 1TV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이다. 이 프로에서 소비자들이 흔히 마시는 티백녹차를 수거하여 농약 잔류량 검사를 실시하였더니 국내산 티백 녹차, 그리고 국내산과 중국산 혼합 티백 녹차 두 종류에서 고독성(高毒性) ‘메치타치온’이 검출 되었다는 것이다. ‘메치타치온’은 1940년 독일에서 처음 제조되었다. 살충력이 강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지만 독성이 강하여 EU및 18개국에서 이미 사용을 금지해온 맹독성 농약이란다. 뿐만 아니라 현재 차 재배에 사용이 허용된 농약의 종류만도 35가지이며, 차 재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차 재배에 농약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녹차 티백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 차 잎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잔류농약 검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웰빙 음료의 대표 주자인 차에서 맹독성 농약 성분이 검출되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혹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차나무에 농약을 쳐도 무해함을 강조했다고 하니 그 무지함에 망연자실(茫然自失)할 뿐이다. 어찌 이럴 수 있으랴. 잎을 우려 마시는 차의 경우 차나무의 근원적인 관리는 엄격하고도 양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생산량의 극대화가 미덕이 된 현실에서 이 정직성이 얼마나 지켜질까. 산업화에 따른 차품의 대량화, 대중화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하더라도 차품의 진실성은 현실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 화려한 포장술과 현란한 광고로 차품의 우수성을 부풀려 말하지만 차의 진정성은 먼 나라의 일쯤으로 치부된 지 오래다. 이익창출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상업적인 구조에서는 진실을 기대하는 것조차 우매한 일인지도 모른다.

차는 인류에게 어떤 유용성을 주었는가. 차는 인류의 생활에 진실한 가치를 전도한 특별한 물질로서 풍속의 순화와 정신 향상에 기여한 공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차를 상품화하려는 고단위 전략을 가진 상업자라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차에 대한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할 시점이다.

현재 차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의 일종이 되었으며, 역사 이래로 지금처럼 차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명실 공히 차 문화의 대중화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대중화의 성공은 현대인의 차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기인된 것이다. 현대인은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가 되며 문화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정신적인 안도를 느낀다. 또한 10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공인된 것이므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을거리쯤으로 생각한다. 이런 관점은 과거나 지금에도 똑같은 차의 보편적인 가치이다. 옛 사람이 차에서 발견한 진실한 가치 또한 이것이었다. 차는 물질이지만 가장 고상하고 맑고 투명한 것으로서 정신적인 음료로 승화된 이유 또한 차의 담박성이었다. 차가 군자와 같다는 것도 담박한 차의 본성을 지칭한 것이다.

다서(茶書)에서 좋은 차의 첫째 조건은 산곡(山谷)에서 나는 것을 으뜸 여겼다. 차는 자연적이며 친 환경적 조건을 좋아하며, 인공적인 장식을 거부한다. 결국 이익을 위한 취하는 어떤 조치도 차의 본질을 해친다. 차를 만드는 일이 신중해야함도 같은 이치이다. 이런 조건은 차의 대중화와 다량 생산체제에서는 현실성이 거의 희박하다. 결국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 현명한 선택이란 우리의 안목을 높이는 일이며, 소비자를 위한 적극적인 유기농 다원의 확대뿐이다. 결국 차 문화의 흥망은 우리의 안목과 선택에 달려 있으며, 무엇을 선택할지도 우리의 몫이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