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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이 쌓은 20층 정진 거탑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8.20 09:56
  • 댓글 0

20주년 맞은 법화경 사경 봉안식 현장

<사진설명>한 해 동안 정성스레 옮겨 적은 법화경 사경집을 머리에 얹고 염불과 탑돌이를 하는 불자들. 지난 20년간 약 10만명이 이곳에 찾아와 사경집을 봉안했다.

“오늘처럼 기쁜 날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예순이 되던 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던 제게 3년 전 어느 도반이 사경수행을 권했었죠. 자나깨나 죽은 남편만 생각이 나서 나도 뒤따라 가야하나하고 괴로워했었던 그 시절 접한 사경은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감로수 같은 것이었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옮겨 적기 시작한 법화경 사경은 이제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계속 해나가야 할 행복한 숙제가 되었습니다.”(보현심·64·서울 광진구)

서울·일본 등 5천 여명 모여

광복 62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대한불교조계종 평화통일불사리탑(회주 도림)에 불자들이 하나둘 제주도로 모여 들었다. 평화통일불사리탑에 한 해 동안 자신이 사경한 사경집을 봉안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일본에서까지 한달음에 날아온 5천 여 명의 불자들.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이들은 사찰에서 별도로 방 한 칸도 제공받지 못한다. 대신 순식간에 사찰의 모든 공간이 불자들의 잠자리이자 정진공간으로 뒤바뀐다. 경내의 잔디밭을 비롯해 작은 공간 곳곳마다 돗자리와 이불을 펴고 서둘러 자리를 잡은 이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서 정진을 시작했다.

불자들은 한 해 동안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옮겨 적은 법화경 사경집을 머리에 얹은 뒤 잠시도 쉬지 않고 염불과 탑돌이를 이어나갔고 한편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있다면 사경수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여행 가방을 책상 삼아 사경삼매에 빠져들었다.
쉼 없이 탑돌이 하는 이들은 33도를 넘나드는 찌는 듯한 폭염도 잊은 듯 보이지만 그들의 목에 두른 수건은 이미 비를 맞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사경삼매에 빠진 이들 역시 선풍기 하나 없이 땡볕에 앉아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정진을 이어나갔다.

16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평화통일불사리탑 법화경사경봉안대법회가 시작됐다. 전 날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시작된 탑돌이는 아침까지도 이어지고 있었고 그 행렬을 따라 5천 여 명의 불자들이 일제히 염불소리로 입을 모으고 발걸음을 맞춰 초대형 탑돌이를 시작했다.

경내에 돗자리-이불 펴고 사경

<사진설명>8월 16일 불교중흥을 위해 애쓰다 제주로 유배돼 순교한 허응 보우 스님과 환성 지안 스님의 넋을 기리는 석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염불소리는 점점 커지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염불소리가 들렸다. 한 해 동안 자신의 업을 참회하고 앞으로 더욱 사경 정진하겠다고 발원하는 눈물이 흐르고 염불소리는 점점 커졌다. 감격스러운 사경 봉안식이 시작되자 눈물의 염불소리는 순식간에 번져 5천여 불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마이크를 잡은 회주 도림 스님도 한 해 동안 고생했다며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서울 법화정사를 비롯해 전국에 80여만 권의 사경집이 봉안되어 있고 올해 불사리탑에는 10만여 권이 봉안됐다. 해마다 사경수행자들이 늘어나고 불자들의 쉼없는 정진으로 봉안될 사경집이 늘어가지만 불자들은 제주도 전체에 사경집을 봉안하겠다는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멀리 일본 요쿠하마에서 온 남순현(34) 씨는 “사경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직접 이곳에서 사경 봉안 장면을 보니 환희심이 절로 일어난다”며 “일본으로 돌아가 고국을 그리는 많은 교포들에게 법화경 사경을 권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평화통일불사리탑에서는 불교중흥을 위해 애쓰다 제주로 유배돼 순교한 허응 보우 스님과 환성 지안대사의 넋을 기리는 두 스님의 석상 제막식도 거행했다. 석상 오른 손에는 중생을 깨우치는 육환장(六環丈)과 왼손에는 바른 법을 지켜나가는 팔만대장경을 쥔 모습을 형상화해 세웠는데 이번 제막식 역시 1988년 순교비 건립 이후 20년 만에 이뤄낸 쾌거로 기록됐다.

눈물의 염불…더욱 정진 다짐

17일 우란분절 백중 영가천도의식을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이 끝이 났다. 덥고 비좁고 불편한 공간이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이 없고 작은 다툼이나 언쟁도 없었던 2박 3일간의 일정이 여법하게 끝이 나고 불자들도 서둘러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썰물이 밀려나가듯 하나둘 각자의 집으로 떠나고 작은 쓰레기도 하나 없이 예전의 모습을 찾은 불사리탑은 불자들의 사경집을 품에 안은 채 잔잔한 파도와 함께 다시 고요해졌다.  
제주=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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