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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病의 역사성 통해 인간의 경계 고찰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9.03 13:51
  • 댓글 0

① UC버클리대 안 준 영 씨의 「선병 연구」

2007 해외 상반기 불교학 박사논문

2007년 상반기 해외에서는 한국 출신의 젊은 학자 5명이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UC버클리대의 안준영 씨, 프린스턴대의 혜민 스님, 하버드대의 일미 스님, 도쿄대의 김천학 씨, 교토불교대의 이필원 씨 등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다. 해외 학계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의 박사학위 논문을 5주에 걸쳐 소개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대혜종고 선사는
말할 수 없는 길을
스스로 알아서(自知)
긴밀하게 증명(親證)하는게
무엇인지 강조하기 위해
간화선을 주창했다”

최근 서구학계, 특히 미국학계에서는 인간 정신의 극한지점에서 나타나는 경계와 장애 연구에 주목을 하고 있다. 미쉘 푸코의 『광기의 역사』가 발표된 이후 정신착란, 지각장애, 피해망상, 과대망상 및 환청 등 광기의 영역은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창(窓)으로 간주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는 역구작업이 유행처럼 확대돼왔다.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명상의 병- 선병: 선과 병에 관한 연구 서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준영 씨는 동양 선사들에게서 나타나는 선병(禪病)의 문제에 주목했다. 선병이란 수행 도중에 나타나는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의미한다. 현재 토론토대 교수인 안 씨의 연구는 그 주제가 갖는 흥미로움과 독창성으로 인해 박사논문을 발표하기 전부터 서구학자들의 커다란 주목을 받아왔다.

그동안 선사들의 수행 도중에 나타나는 육체적·정신적 장애는 국내는 물론 서구학계에서도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영역이다. 서구인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영역이었고, 국내에서는 수행을 직접 행하고 지도하는 선방 안에서 주로 논의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논문 제목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안준영 씨는 자신의 연구를 하나의 서언 내지 개설로 설명했다. 이는 그만큼 기존 연구성과가 축적되지 않은 생소한 연구분야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 씨는 자신의 논문에서 선병에 대한 초기불교의 기록과 동아시아 불교에서 나타나는 선사들의 선병관련 기록을 통해 명상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시대순으로 고찰했다.

안 씨의 논문은 초기불교문헌에서 사용된 질병과 의학의 메타포들과 공의 관계, 공과 무심에 대한 메타포, 간화선을 주창한 중국의 대혜종고와 일본의 하쿠인 선사의 선병 관련 기록 등을 통해 선병의 의미와 역사성을 고찰했다.

논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초기불교문헌에서 자주 사용된 질병과 의학의 메타포들이 악취공(공의 공)의 개념과 연관된 문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 2장에서는 공과 무심(無心)에 대한 중요한 메타포를 조사했다. 안 씨는 “위대한 죽음, 쉼, 휴식, 차가운 재, 시든 나무, 묵조와 같은 메타포들이 당 후기와 송 초기에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씨는 “선병에 대한 이해가 당말송초에 바뀌게 되는 것은 새로운 불교장르 즉 선문답과 해석학적 장르가 출현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해석학자들은 선사들이 그들 자신을 떼어 놓기 위해서 사용한, 말하자면 위대한 죽음, 그리고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말과 행동을 취함으로써, 이 장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3장은 대혜종고의 자서전을 통해 대혜선사가 선병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추천한 간화선을 고찰했다. 안 씨는 “기존 학계에서는 대혜선사가 묵조선을 비판하고 선문답에서의 화두를 통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수행법을 옹호하기 위해 간화선을 주창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말할 수 없는 길을 스스로 알아서(自知) 긴밀하게 증명(親證)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의문과 더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이고자 간화선을 주창했다”고 주장했다.

4장에서는 일본 선사 하쿠인 에가쿠(白隱慧鶴)와 그의 병을 다루고 있다. 일본 임제선의 중흥조로 추앙되고 있는 하쿠인 선사는 선병의 육체적인 측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한 인물이다. 안 씨는 “에도시대 하쿠인 선사가 선병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명나라 후기 불교의 원기소생법이 유행하면서 몸에 대한 강조가 확대되었고 이것이 일본에 깊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5장에서는 하쿠인 선사의 병과 양생의 기술에 대한 설명과 에도시대 민중들의 정체성과 두려움의 관계를 고찰했다. 당시 기의 축적이 오랫동안 양생의 이상이 되어 왔지만, 그 대신에 노동과 힘든 일이 양생의 새로운 이상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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