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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국주의, ‘一卽多’로 침략주의 정당화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9.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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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기 엽 교수 ‘대동아공영권과 교토학파’서 주장

<사진설명>윤기엽 교수가 9월 6일 불교문화연구원 제3차 중간발표 학술대회에서 ‘대동아공영권의 형성과 교토학파의 이론적 후원’을 발표했다.

1930년대말 일본은 중일전쟁의 어려운 국면을 동남아시아 침략을 통해 타개하려는 의도로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운다. 이는 일본·중국·만주를 축으로 인도차이나·말레이시아·호주·인도 등을 하나의 문화권을 만들고 정치·경제연합을 구성하자는 일본 제국주의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당시 일본의 학자들 중에서도 교토학파로 알려진 지식인 그룹은 아시아의 해방과 평화라는 명분을 철학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에 동원됐다. 그런데 이 철학의 한 축이 불교의 화엄사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기엽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9월 6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동북아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계의 대응’을 주제로 열린 불교문화연구원 제3차 중간발표 학술대회에서 ‘대동아공영권의 형성과 교토학파의 이론적 후원-화엄교학의 원융에 이르기까지’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교토학파의 학자 중 한 명인 고야마는 화엄교학 연구자였고, 화엄의 일즉다(一卽多) 논리를 변용해 ‘一은 일본 多는 일본에 협력할 아시아의 여러 국가’라는 논리로 대동아공영권을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교토학파는 1930년대 교토대 문학부 교수였던 니시다 기타로와 다나메 하지메 아래에서 공부하며 사제관계를 형성한 우파학자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서구의 철학이나 사상을 기초로 하여 새로운 일본 사상이나 철학이념을 제시했으며, 특히 천황과 군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일본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창출해 국가적 목표에 동참하는 등 국가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역할 담당했다.

화엄철학이 교토학파에 의해 정치이데올로기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은 니시다 철학의 일즉다논리에서 출발했다.

“황실은 주체적인 것들을 초월하여 전체적 一과 개체적 多의 모순적 자기동일성으로서 자기자신을 한정하는 세계의 위치에 있었다. 一과 多의 매개로서 공영권과 같은 특수한 세계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같은 니시다의 화엄철학은 제2세대 교토학파 학자인 고야마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야마는 동아시아 사상 중에 최고의 철학적 논리를 갖춘 것이 대승불교라고 확신했고, 이에 의거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할 과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승불교의 극치가 바로 일본불교로 간주하면서 일본불교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고야마는 화엄철학에서 보이는 일다(一多)와 상즉상입(相卽相入)의 논리를 적용시켜 현대세계의 보편성과 차별성 그리고 그 전체를 관통하는 一의 존재 곧 절대무(絶對無)를 상정하는 역사철학관을 피력했다.

이같은 고야마의 화엄철학은 일즉일체의 이론에 의거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상호융합을 설명하고 나아가 일본 내에서는 개인과 국가, 천황과의 융합을 설명하고 그 위에 대동아공영권의 의의를 주창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그동안 대동아공영권은 일제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기만적 슬로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한 나머지 그 내용이나 논리는 무조건 무시되고 학술 연구 또한 외면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윤기엽 교수는 “지금까지도 일본의 전쟁론 부정이나 대동아전쟁 필연론이 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를 기만적 슬로건에 불과한 것이라고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학문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교토학파가 대동아공영권을 정당화시키는데 있어서 화엄철학의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특히 불교학계에서는 불교철학의 양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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