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덕성 갖춰야 수행자다

기자명 법보신문

손 혁 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해마다 9월이 오면 생각나는 스님들이 있다. 1200여년전에 입적한 김교각 스님과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에 입적한 효봉 스님이다.

김교각 스님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현신한 지장보살로 숭배되고 있는데 신라 경덕왕의 아들로 추정된다. 김교각 왕자는 스물 네 살 때 당 나라로 건너가 구화산 토굴에서 고행하고 아흔아홉에 입적했다. 교각 스님은 항아리 속에 들어가 가부좌한 채로 열반에 들었는데 3년 뒤 육신이 썩지 않은 채 지장보살의 화상과 똑같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500년 만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현신한 지장보살로 모셔지고 있다.

교각 스님의 법체는 금을 입힌 등신불로 모셔져 스님이 창건한 중국 안휘성의 구화산 화성사에 보존되어 있다. 구화산 성지는 교각 스님이 개창한 곳인데 한창 때에는 사찰만 360개에 3300여명의 스님이 수도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곳 구화산 성지에서 스님 입적 1200년이 되던 1994년에 전세계에서 5천여 명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불자들이 그곳으로 성지순례를 떠나기도 했다.

1966년 9월에 입적한 효봉 스님은 속세에서 법관을 지내던 중 어느 피고에게 사형을 언도한 뒤 불교에 귀의했다. 효봉 스님은 비구와 대처의 화합종단의 제1대 종정에 추대되기도 했다. 1888년 평양에서 태어난 효봉 스님은 일본의 와세다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법관이 되었다. 사형을 언도한 이효봉 법관은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가출해 엿장수로 전국을 방랑했다. 그러다가 금강산에서 석두 스님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불교에 귀의했던 것이다.

효봉 스님에 대한 평가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효봉 스님을 생각하면 인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사형수가 얼마나 흉악한 죄를 저질렀기에 사형을 언도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효봉 스님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정아 파문도 교계의 위상을 떨어뜨렸지만 자정의 기회를 준 소중한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조계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한불교청년회 등 교계 8개 출재가자 단체 대표들은 이 기자회견에서 동국대 이사회의 대국민 사과와 교단청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권력실세의 비호설로까지 확대된 신정아 씨 교수임용 파문은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남기면서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단 동국대 측의 잘못은 명백하니 불교계 단체들의 요구 이전에 먼저 대국민사과를 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기회에 불교계의 부정비리를 막기 위한 교단청정위원회 구성도 시의적절한 요구라 하겠다.

『잡아함경』에 보면 부처님이 파세나디 왕에게 스님이 존경과 보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말씀하시는 장면이 있다. 형상이 아니라 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무술이나 병법에 능하지 않으면 장군이 아니듯이 덕성과 인격을 닦지 않으면 종교인이 아니라는 지적인 것이다. 신정아 씨 문제에 대해 변명이나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는 길일 것이다. 왕자라는 특권을 버리고 평생을 토굴에서 고행했던 교각 스님과 법관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불문에 귀의해 종정에 올랐던 효봉 스님을 교훈 삼으면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 전국 곳곳의 사찰에서는 연꽃축제가 열렸다. 불가의 상징인 연꽃은 정화와 순수의 의미를 가진 아름답고 고귀한 꽃이다. 더러운 흙탕물 속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그곳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불가가 신정아 파문이라는 흙탕물 속에 빠져 있지만 교단청정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