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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의 시름, 한 잔 차로 녹입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10.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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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길 대표 김 광 하 씨

주 2회 점심시간마다
노인 500여명 차 공양

<사진설명>작은 손길 김광하 대표는 지난 10월 23일 종로 3가역 지하 광장서 독거노인 500여 명에게 차를 공양했다.

수치심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의 차이는 뭘까. 사회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이들에게 수치심은 뼛속 깊이 느끼는 아니 느껴지는 감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제도권 밖에 선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나누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교봉사단체 작은 손길 김광하(54·여운) 대표. 그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점심시간이 조금 분주하다. 차에 뜨거운 물 120ℓ 두 통과 80ℓ 한 통을 싣고 간이 책상까지 챙기려면 마음이 바빠진다. 오후 2시. 종로 3가 지하철 역 안 광장에 작은 찻집이 마련됐다. 갑자기 늘어선 대열. 그와 작은 손길 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이곳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독거노인 등 소외 받는 이웃 500여 명에게 커피 420잔과 둥굴레차 80잔을 공양해야 한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나왔나요?” “뜨거우니 조심히 드세요.”

두 손으로 찻잔을 받쳐 나눠 주던 그는 별 대답 없이 조심하시란 말 뿐이다. 그리고 30분이 조금 지나자 물은 동이 났고, 봉사자들은 컵을 수거해 왔다. 그와 봉사자는 서로 합장 반배를 하고 광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합장 반배를 올렸다. 두 손으로 받쳐 든 찻잔하며, 이웃 종교 운운하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 등등 호기심은 기자의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모두들 부처님 아닙니까.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예를 갖춰야지요. ‘나’를 드러내지 않아야 이분들도 도움 받는다는 상을 갖지 않습니다. 그러나 계속 목사님이 아니냐고 물어와 조끼를 맞춰 입게 됐고, 합장은 간단하게 불자임을 알리기 위함이에요.”

모두가 내 거울이자 부처님이다. 그는 나눔의 현장에서도 이를 잊지 않고 무주상보시를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었다. 상을 내세우지 않고 나누다보면 도움을 받던 그들도 인간 대 인간의 신뢰를 회복한다. 불제자가 쉬지 않고 닦은 마음에 깃든 평화를 나누면 이들도 무주상, 무아의 깨달음 속에 훗날 마음의 평화를 나누리라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그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바쁜 일상에도 무주상보시 나눔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작은 손길 봉사자와 함께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엔 을지로 입구 지하도 광장서 노숙인 150여 명에게 떡과 차를 공양한다. 기이하게도 이곳은 줄이 없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달려들 기세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얻어먹기 위해 줄을 선 다는 것은 비참합니다. 줄을 세우면 그들이 수치감을 느낄 것이고 이는 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무주상보시의 참의미가 사라집니다. 불교는 마음을 보는 종교입니다. 그래서 우린 노숙자들이 앉아 있는 곳에 떡을 가져다 드리죠.”

“중인불청 우이안지(衆人不請 友而安之).” 사람들이 부르지 않아도 찾아가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유마경』의 맨 첫 구절이다. 무주상보시의 실천이 무아를 깨닫는 으뜸 수행이라 말하는 그. 원력은 소외받는 이들이 처한 어둠 속에서 지혜의 등불로 빛나고 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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