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은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오빠를 살리겠다고 골수를 제공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병실에 누워 얼마나 베게를 적셨던가. 꼭 살아서 다 갚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골수성 백혈병을 앓았던 김준현(50·사진) 씨는 2007년 7월 여동생이 골수를 기증해 수술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식수술을 위해 전세금 등 벌어놓은 돈을 모두 수술비로 써 감염위험에도 불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경제적인 열악함에도 희망을 품었다. 희망을 봤었다. 그러나 그에게 희망은 신기루처럼 닿을 듯 멀어지고 있다.
하나 둘 빨간 반점들이 생겨났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가려워 병원을 찾을 때도 그랬다. 허나 이 점들이 그의 건강에 또 다른 적신호이었을 줄 그는 미처 몰랐다.
이식편대숙주반응(GVHD). 일종의 거부반응이다. 그에게 주입된 여동생의 T-세포가 그의 조직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광범위한 면역반응인 이것은 피부 발진, 설사, 황달 등의 간 이상이 나타난다. 또 다시 시작된 병원 생활. 허망했고 우울증까지 겹쳤다. 안 좋은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만 따라다닌 것 같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10여 년 간 다닌 증권회사를 관두고, 장사도 했으나 실패했었다. 그래도 살아가야했기에 이곳저곳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입에 풀칠을 했던 그였다.
“여동생 볼 낯이 없습니다. 이 나이에 여동생에게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만 끼치고 있으니….”
그는 여동생을 볼 낯이 없어 여동생이 병원을 찾으면 눈길을 돌리고 만다.
손아귀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는 모래. 그에게 희망은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은행 047-21-0681-506 예금주 김준현 016-733-5718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