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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두타행 ①

기자명 법보신문

탐심 버리고 번뇌 제거하는 수행
욕망 절제 통해 청정심 회복해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온 덕에 이사에는 꽤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건만, 아직도 이삿짐을 꾸리고 펼칠 때마다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에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동안 끌어 모은 물건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책이야 직업상 그렇다 치더라도, 등치 큰 가구를 비롯하여 수납할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넘쳐나는 옷가지와 신발들, 장식물들…. 게다가 냉장고 속은 더 가관이다. 유통기한을 이미 훌쩍 넘긴 음식물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지구상에는 굶어죽는 사람도 많다는데 하며 한 순간 울적한 마음에 죄스러움까지 느낀다. 이사 때마다 절제와는 거리가 먼 자신의 생활 방식에 몸서리치며 반성해 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여기 저기 물건은 쌓여만 간다. 의식주라는 가장 기본적인 삶에서부터 인간의 욕망은 시작되고 또 성장해 감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소화기관인 위장의 80%만 채우는 식생활이 얼마나 자신의 몸을 편하게 하는지 잘 알면서도 그 식탐을 이겨내지 못하고 100% 아니 그 이상을 채우려고 한다. 그도 모자라 냉장고가 터져 나갈 정도로 채워 두어야 마음이 놓인다. 집도 그렇고 옷도 그렇다. 좀 더 크고 넓은 집에서 편하게, 좀 더 예쁘고 근사한 옷으로 멋지게 치장하고 싶어 한다.

의식주 모두 인간의 기본 욕망이니 이런 욕구를 다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 버릴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가지면 더 가지고 싶은 한없는 소유욕, 그리고 가지고 있는 만큼 번뇌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인간의 욕망은 만족의 끝이 없다. 항아리 가득 물을 채우면 끝날 것 같지만, 사실은 넘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부어 대다가 스스로나 자신의 주위 모두 홍수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절제되지 못한 욕망의 끝이다.

불전에서 두타행(頭陀行)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일상생활에서의 절제되지 못한 생활 태도가 수행을 그르치는 기본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타행의 두타란 두따(dhUta)라는 산스끄리뜨어의 음사어이다. 두따는 흔들어서 제거하다, 씻어내다 등의 의미를 지닌 두(dhU)라는 동사의 과거분사형인데, 현대 인도어 가운데 하나인 마라티(MarAthI, 마하라슈트라주의 언어)에서도 더러워진 옷을 세탁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불전에서는 마음에 부착한 번뇌의 때를 씻어내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는데, 즉 의식주 전반에 걸쳐 탐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불도 수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여러 가지 생활 규율을 지킴으로써 의식주 전반에 걸쳐 만족, 욕망의 제어, 정진, 노력 등의 덕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것이 곧 계의 정화와 청정한 수지를 성취하는 기반이 된다고 한다.

두타행의 내용은 유행생활을 기본으로 하던 최초기의 불교 수행자들의 의식주 생활양식을 전제로 한 매우 고행적인 실천 항목이다. 승단이 정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두타는 계율에 밀려 대가섭을 비롯한 일부 엄격파 출가자들의 실천행으로서만 부각되는 등 다소 약세였던 감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그 정신을 존중하여 불도수행자라면 누구나 계와 두타를 차의 두 바퀴처럼 병행하여 실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두타행은 주로 출가자들의 실천행이지만, 자신의 욕망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만족할 줄 알며, 잘못된 욕망에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 올바른 수행에 힘쓰는 바람직한 생활을 유지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청정한 계의 실천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재가불자 역시 그 정신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가르침이다.

두타의 구체적인 실천행은 부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2두타 혹은 13두타가 말해진다. 의에 관련된 것이 두 항목, 식에 관련된 것이 다섯 항목, 주에 관련된 것이 여섯 항목이다. 〈계속〉

동국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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