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임기 10개월을 남겨두고 총무원 청사를 떠난 것이다. 조계종 역사를 살펴보면 역대 총무원장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승려대회를 통해 쫓겨나듯 총무원 청사를 떠났다. 권력을 움켜쥐고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맞이한 비극적인 말로였다. 그때마다 종단은 종단대로 폭력과 분규로 얼룩져, 불자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곤 했다.
그러나 비극적인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는 않았다. 현직 원장이 쫓겨가지도 않았고, 종단의 분규도 없었다. 오히려 정대 스님의 원장직 사퇴는 잔여임기를 10개월이나 남겨둔 조기 퇴진이었다. 그러나 떠나는 정대 스님의 뒷모습을 바로 보는 심사가 그리 편치 많다. 원장직을 포기하기까지 보여준 정대 스님의 일련의 행보는 쫓겨갔던 역대 원장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대 스님은 지난해 12월 23일 현직 원장의 신분으로 동국학원 이사장에 선출됐다. 종헌으로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동국학원 이사장까지 겸임한 것이다. 결국 '종권 독점'과 '종헌 위반'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종회의원들이 임시중앙종회를 소집하고 종회의원들이 총무원장직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분규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사태는 분규 직전까지 갔고, 결국 이런 압력에 정대 스님이 원장직을 내 놓은 것이다.
정대 스님은 재임 시절 '박수 받으며 떠나는 원장이 되고 싶다'고 밝히곤 했다. 물론 분규 없이 원장직을 내 놓은 일은 당연히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직 원장이 권력을 이용해, 몫 좋은 자리를 만들어 놓고, 서둘러 퇴임하는 잘못된 전례를 남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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