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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기자명 윤청광
최근 만난 한 보살이 "요즘은 절에 가는게 부담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그 보살은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고, 스님의 생활법문이 좋아서 전통사찰에 다녔다고 했다.

그 사찰이 개설한 교양대학에 가족들까지 데리고 가서 등록하고 소정의 과정까지 다 마치는 동안 '땅 한평 시주하기'에도 동참했고, 지극정성 무리를 해가면서 시주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들에게까지 권유해서 교양대학에 등록시켰고,조상들의 영가도 그 사찰에 모시고 초하루 보름은 물론 지장재일에도 열심히 나가 정해진 기도비는 물론, 그때그때 복전함에 정성껏 시주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찰의 불사(佛事)가 마무리 되고 난 후,그 사찰에서는 또 다른 곳에 엄청난 규모의 사찰건립불사를 시작했고 갈수록 스님께서 '돈타령'을 자주 하시는 바람에 이젠 그 사찰에 가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동안 자주 찾아뵙던 한 스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스님은 한 독자가의 큰 시주를 얻어 '납작집 암자'가 있던 자리에 대규모 사찰을 지었다. 그런데 대규모 사찰을 지은 뒤 나를 만난 스님은 "큰일났다"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 사찰을 짓고 보니 우선 전기료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전 '납작집 암자'시절에는 10만원대의 전기료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대규모 사찰로 개축한 뒤 겨울철에는 보일러,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돌리는 바람에 전기료 한가지만 해도 몇백만원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찰은 제대로 관리하자니 보일러 관리, 전기관리, 건물관리에도 인건비는 물론 소모품에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사찰의 대규모 법회를 위해서는 셔틀 버스를 운행해야 하니, 버스 구입비, 버스 운행비 에 제세공과금과 운전기사 월급 등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과연 앞으로 이 엄청난 지출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라는 말씀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일찌기 말씀하셨지만, 어리석은 우리같은 중생들은 더 많이, 더 크게를 외치며 끝없는 욕심을 향해 미친 듯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밑 빠진 항아리와도 같은 사람의 욕심은 결코 채울 수가 없다.

그래서 부처님도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줄 알라고 이르셨고, 우리의 스님들도 욕심을 버려라, 욕심을 줄여라, 설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주변에서는 바야흐로 대작불사(大作佛事)가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국 최대의 불상

-동양 최대의 법당

-세계 최대의 범종

-세계 최고의 불상

-세계 최대의 사찰

이렇듯 더 크게, 더 높게, 더 넓게를 외치며 대작불사를 하다보면 어느 사찰이건, 어느 스님이건 과중한 공사비에 쫓기게 마련이요, 공사비에 쫓기다 보면 본의 아니게 스님께서 '돈타령'을 안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불자의 입장에서 '돈타령'을 한번 두번 세번 계속해서 듣다보면 이건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고, 부담을 느끼게 되면 신심과는 관계없이 사찰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그리고 결국은 불자들의 발길을 막는 셈이 된다.

큰 것만이 제일이 아니요, 최대, 최고만이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살아 숨쉬고, 가슴을 적시는 법문이 있고, 고달픈 심신을 위로받을 수 있고 삶의 지혜를 채울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어야 우리는 마음놓고 절에 갈 수 있다. 비록 큰 건물, 큰 탑, 큰 불상, 큰 범종이 없더라도 우리는 절에 가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또 하나의 지혜를 우리는 터득하고 실천해야 한다.



윤청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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