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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로 본 스님들의 군 입대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7.12.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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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훈련은 파계…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사진설명>임진왜란 당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승병을 조직했던 사명대사가 종전협상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제천 신륵사 ‘사명대사행 일본지도’.

“하늘이 벌써 추워지니/ 흰 눈이 함박처럼 내리네/ 붉은 머리와 푸른 옷들은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어육(魚肉)이 된 우리네 백성이여 송장되어 길에 서로 베개 삼아 누웠네/ 통곡하고 다시 통곡하니/ 날 저물고 산은 창창하기만 하구나/ 아득한 바다는 어디매뇨/ 미인은 하늘 한 끝에 있네.”  (사명대사 문집 중)

최근 우리 사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즉 개인적,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써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자는 주장과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군 기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논란의 중심에는 스님들의 군복무 문제도 포함돼 있어 교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율장, 비구 군입대 엄격히 금지

그렇다면 율장에서는 출가수행자가 군복무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사분율』에 의하면 “비구가 자신의 손으로 고의로 사람의 목숨을 끊거나, 칼을 집어 사람에게 주면서 여러 방편으로 죽음을 찬탄하고 죽기를 권하면 이 비구는 바라이로서 함께 머물 수 없다”고 했다. 즉 비구가 자신이 직접 살인을 하거나 갖가지 수단을 이용해 남을 자살시키려고 칼을 준다든지 또는 상대에게 삶의 고통을 설하면서 오히려 죽기를 권하는 것은 바라이죄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구가 전쟁에 참여해 적과 교전하면서 칼과 창 등을 이용해 생명을 죽이는 것은 교리적으로 엄격히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 당시부터 불교는 출가 수행자가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켜 왔던 것이다.

또 율장에 따르면 비구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진(軍陣)을 보아서도 안되며, 용무가 있어 군중에 머물되 3일 이상 머물러지는 말아야 하며, 만약 군중에 있더라도 군대가 싸우는 것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동국대 신성현 교수는 “율장에서는 전쟁을 준비하고, 생명을 죽이기 위해 훈련을 받는 군대에 출가수행자가 직접 참가하거나, 생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행자는 해서는 안될 일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생명을 존중하고 이를 보호하겠다는 계를 받은 출가수행자가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출가수행자의 군입대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율로 본 사명당 유정의 임진왜란 참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이철헌 동국대 강사도 “기록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사명대사도 출가수행자로서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해 참담하고 비통하게 여겼다”며 “이는 비록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나섰더라도 전쟁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 파계행위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총칼에 처참하게 쓰러져 가는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승병을 조직, 금강산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사명당은 스스로 칼을 차는 것이 출가수행자의 본분이 아니라는 점을 늘 강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군대는 생명을 죽이기 위해 훈련 받는 곳이기 때문에 생명존중을 근본으로 삼는 불교에서 최소한 출가 수행자만큼이라도 군대에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교계의 중론이다.

“출가자 군입대 강요해선 안돼”

이와 관련 동국대 이자랑 박사는 “출가수행자가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스스로 수행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하는 파계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국방의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출가 수행자에 있어서는 대체복무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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