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룩빠의 창시자인 쫑카빠 롭상닥파(1357~1419)는 제1대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자 티베트의 가장 위대한 고승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학자이면서 수행자였고, 현교와 밀교의 교의와 수행에 관한 방대한 저서를 남긴 저술가였다. 또 계율과 현교를 무시하고 밀교만을 신봉하는 기존 티베트의 수행풍토를 개탄하고, 이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한 개혁가이기도 하다.
차상엽〈사진〉 박사의 「쫑카빠의 유가행 수행체계 연구」(동국대)는 쫑카빠가 46세 때 라뎅사원에서 쓴 『보리도차제대론(菩提道次第大論)』 티베트본을 중심으로 유가행의 수행체계를 고찰한 논문이다.
기존 유가행파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인도나 중국, 한국의 유식문헌을 중심으로 유식사상의 이론적인 측면과 수행체계 등을 다룬 논문이 대다수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차 박사의 논문은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티베트 고승의 저술을 직접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지만 그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샤마타」장 연구는 유가행파의 수행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차 박사는 이 논문에서 선행연구와 함께 쫑카빠의 전기 자료에 의거해 그의 생애와 저서를 시대 순으로 고찰하고, 불도에 이르기 위한 점차적인 단계인 삼사도(三士道)의 수행체계에 대한 연원과 각각의 내용도 검토했다. 특히 유가행자의 수행체계에 있어 핵심이랄 수 있는 인식대상에 대한 문제와 함께 비빠샤나의 전제 조건이 되는 샤마타 수행체계인 구종심주(九種心住), 세간도와 출세간도의 수행체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뤘다.
차 박사는 이를 통해 쫑카빠는 중관의 귀류논증을 티베트불교 속에 녹아나도록 그 체계를 세운 인물이자, 계·정·혜 삼학에 의거한 대자비를 바탕으로 한 궁극적인 진언수행의 단계를 제시한 인물임을 밝히고 있다. 또 『보리도차제대론』은 경율론 삼장이 모두 붓다의 직설이라는 전통적인 경전관에 입각해 상호 모순 없이 체계적으로 그 수행과정을 제시한 논서라는 점과 삼사도의 핵심적인 수행 내용이 출리(出離), 보리심, 정견(正見) 세 가지임을 꼼꼼이 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