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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봄 소식

기자명 법보신문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뜰 앞에는 매화가 마침내 진한 향기를 토하고 있다.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한바탕 사무친 정진 끝에 찾아온 봄소식에 더욱 환희롭기만 하다. 이제 동안거 해제가 시작되면 제방선원에서는 만행을 떠날 것이다. 『만선동귀집』에서는 이(理)와 사(事)가 서로 의지해야 걸림이 없어 나와 남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며 동체대비가 원만해져서 다함없는 만행을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수행의 목적은 실상의 이치를 증득하여 널리 중생들을 위해서 보살행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이 일하는 속에서 실천 되었던 것은 가만히 앉아 있는 좌선에 집착하여 고요함을 지키면 이기심으로 인해서 자비심이 일어나지 않아 활달한 경계를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을 통해서 이치를 파악함으로써 살아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오늘날 선원에서는 점점 울력이 사라지고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마치 온실에서 자라는 화초와 같아서 본래 활달했던 선정신의 퇴보로 나타나고 있다. 간화선의 생명은 본래 부처임을 믿어 활발한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을 바로 살아있는 활구 의정으로 돌이켜 일과 하나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대중들은 고요히 앉아 있는 것으로 공부를 삼아 깨달음을 기다리거나 일어나는 번뇌를 없애려고 시끄러운 장소와 일을 떠나서 해탈을 구하려고 한다.

처음에 단박 이치를 밝힌 사람도 다시 일마다 걸림 없는 이치를 드러내야 하며 평등한 이치가 드러나게 되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기복에 치우치지 않고 지혜를 겸하게 되어 중도가 드러나게 된다.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서로 무시하는 변견 때문이다. 불사문중에는 한 법도 버릴 것이 없어서 모두가 지극한 이치로 통하여 중도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철 동안 고요한 곳에서 안거에 들었던 것은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가 결국에는 물이 듯 시끄러운 세상사 그대로가 실상의 나툼인 줄 여실하게 보아 더욱 발심하여 동체대비를 실천하는데 있을 것이다. 수행을 통해서 얻어진 무소득의 공덕이 결국 돌아가야 하는 곳은 일체중생들을 부처님으로 섬기는 보현행원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치우친 생각으로 끝없이 대립과 갈등 속에서 양극의 편 가르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출범으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지만 생명의 물길을 손대는 대운하 건설 공약은 경제적 수치만 생각하여 많은 생명들을 파괴하는 일이어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결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대자연의 은혜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함부로 생명의 물길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빈 텃밭에는 새들이 내려와 부드러운 햇살을 쪼고 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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