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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기도 모범 보이신 세민 스님

출가 전 일이다.
산을 즐겨 산을 오르다가 사찰입구에 가면 늘 듣게 되는 염불 소리가 있었다. 때로는 법구경 등에서 뽑아 엮은 명상의 구절을 성우가 낭송하기도 하지만 염불소리는 전국 절 어디에서나 비슷한 것 같았다.

많은 불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주지 스님 염불소리에 제일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마음으로 의지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그 염불 가락도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귀에 익다보니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별로 듣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소위 ‘우리스님’의 염불소리를 신도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출가 후 한참이 지나서도 사찰 어귀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염불 소리의 주인공에 대해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았다. 만행을 하다가 그저 낯익게 들리는 염불소리에 절에 가까웠음을 느낄 뿐이었다. 내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처음 만난 것은 먼 중국에서였다.

구화산에 참배 온 많은 신도들과 스님들이 먼 여정의 피로에 힘겨워 했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대부분 숙소를 찾아 나설 때 세민 스님께서 당신은 오늘밤 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모셔진 육신보전에 올라가서 철야 기도를 하겠노라고 하셨다. 피곤 하기는 하지만 다시 오기 힘든 이곳까지 왔으니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만나자마자 밤새 깊은 환희심에 젖은 밝은 눈빛으로 기도하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셨다.

하룻밤 자고 나서 몸의 피로가 좀 덜어지자 지난밤 스님과 함께 기도하지 못함이 못내 서운했다. 어쩌면 몸의 피로 탓에 기도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금 와서 생각해도 정말이지 신심부족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고 매우 아쉬웠지만 기회는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한번은 서울에서 스님의 절에 묶은 적이 있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대부분은 아침 공양 때까지 조금 모자라는 휴식을 더 취하는데 그날은 그러지 못했다. 새벽예불 나오신 스님께서 계속 염불기도를 하시는 것이었다. 곧 끝나겠지 하면서 따라하다 보니 결국 아침공양을 할 때까지 계속 하셨다.

그런데 그 절 대중들은 대부분 스님께서 새벽부터 아침공양까지 기도하시는 것을 당연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 큰 절에서는 따로 기도하시는 스님이 있는데 주지스님께서 직접 아침공양 때까지 기도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일이 있은 한참 후 어느 날 늘 들어왔던 염불 소리의 주인공이 궁금해서 녹음테이프를 살펴보니 바로 세민 큰스님이셨다. 중국에서의 일과 스님께서 주지로 계셨던 절의 일만을 생각해봐도 전 국민들에게 사찰의 대표적인 염불소리로 각인시킬만한 신심과 원력을 가진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인선원에 ‘남들처럼 하면 남들보다 앞설 수 없다’라는 표어가 여러 곳에 붙어있는 것을 봤다. 무슨 일을 하던지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있을 때 그 결과도 큰 법이다. 항상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시던 세민스님께서는 그 후 해인사 주지를 역임하시면서 끊이지 않는 염불로 많은 불자들이 해인사로 참배 오게 했었다. 많은 신도님들이 해인사로 몰린 이유 중에 스님의 염불소리가 크게 한 몫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옛적 신라 원효스님께서는 대승기신론에서 신심을 일으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오직 신심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따라 하는 방법뿐이라고 하셨다. 지난 많은 시간 스님의 깊은 신심은 닮으려 하지 않고 그저 염불가락만을 흉내만 내고 싶어 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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