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안 스님 등 1623년 무렵 대둔사서 간행
“서지-미술-국문학적 귀중한 사료” 평가
<사진설명> 일본 고마자와대학에서 반환한 아미타경과 '비구철안' 기재로 연대를 알 수 있는 경전 내용 부분(아래). |
『아미타경』은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책의 앞쪽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위태천이 그려져 있다. 이 수호신의 몸은 화면 오른쪽을 향하고 얼굴은 반대로, 치맛자락은 왼쪽으로 힘차게 휘날리며 머리 위의 불꽃 무늬는 오른쪽으로 뻗고 있어 역동적이고 위압적인 움직임이 잘 표현돼 있다. 다음 장에는 아미타불이 사리불의 청법에 의해 극락세계의 장엄에 대해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변상도가 있다. 동국대 정우택 박물관장은 “이 변상도는 조선중기의 아미타 변상도와 궤를 함께 하지만 드물게도 왕의 모습을 한 속인이 등장하고 있어 연구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에 반환된 『아미타경』이 18세기나 19세기 무렵 만들어진 것이라는 견해가 없지 않았지만 이러한 이견이 설득력을 잃은 건 ‘比丘察眼(비구 찰안)’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송광사성보박물관 소장 불서목록』에는 1623년 대둔사에서 간행된 『화엄경 보현행원품』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도 ‘供養主 比丘 察眼’이라는 동일한 법명의 스님이 등장한다. 따라서 발행한 사찰이나 판형의 유사함을 떠나서라도 이 두 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찰안’이라는 이름은 이번 『아미타경』이 1623년을 전후해 해남 대둔사에서 간행한 목판 인쇄물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임진왜란 직후 언해 연구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0년대 말 대둔사 판본을 조사했던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이 판본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판본으로 서지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둔사판 『아미타경』은 여러 면에서 『화엄경 보현행원품』과 유사하지만 언해의 사용에서는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화엄경 보현행원품』이 진언(다라니) 부분만 우리말로 번역했던 것과 달리 『아미타경』에서는 광범위하게 언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미타경』 반환의 실무를 담당했던 동국대 학술정보서비스팀 신해철 과장은 “귀중한 도서를 돌려받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아미타경은 보존처리 후 고서실에 보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