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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용문석굴서 신라 자장 조성 불감 발견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3.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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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구고관음상…죽은 아버지 위해 조성
부산대 양은경 교수 ‘강좌미술사’서 밝혀

<사진설명> 한국 계율의 초석을 다진 자장 스님이 조성한 불감. 얼굴 일부가 파손됐으나 전체적으로 양호하다. 특히 불감 아래에는 자장 스님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조성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신라 시대 고승으로 한국계율의 초석을 다진 율사이자 통도사, 월정사 등을 창건했던 자장(慈藏, 590~658) 스님이 중국 낙양 부근 용문석굴에 조성한 불감(佛龕)이 처음 발견됐다. 특히 관세음보살상을 새긴 이 불감은 자장 스님이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것으로 보살상의 얼굴 일부가 파손됐으나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은경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가 최근 「강좌 미술사」29호에 게재한 ‘고대 한국인의 중국 내 사원, 불상조성과 중국 불교문화와의 관계’란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용문석굴 쌍요남동 외벽 위쪽에 위치한 이 불감(0562호)은 전체 높이 40센티 정도로 안쪽에 보살상 1구가 조각돼 있으며, 불감 아래에는 ‘僧慈藏爲亡, 父敬造救苦, 觀世音菩薩一, 區及見存母, □□□合家, □□□□平, 釋迦像一鋪’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즉 자장 스님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구고관세음보살 한 구와 어머니□□, 평화를 위해 석가상 1구를 조성한다는 내용으로 명문<아래 사진>에서 언급한 관세음보살상은 바로 위쪽에 새겨진 보살입상을 가리킨다.

양 교수가 명문에 나오는 ‘慈藏(자장)’을 신라 스님으로 확신한 것은 당대 중국에서 출간된 『속고승전』(645년)에 자장 스님이 나올 정도로 그가 신라는 물론 당태종을 비롯한 중국인들에게도 위대한 고승으로 추앙받았으며, 실제 이 무렵 중국 문헌에 신라 자장 스님 외에 그 어디에도 동일한 법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또 당시 이 지역에는 고대 한국인이 조성한 불상들이 상당수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됐을 뿐만 아니라 이 불감의 양식이 자장 스님이 살던 시대인 당나라 초기 양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 교수는 이 불감이 조성된 시기로 『삼국유사』‘자장정율(慈藏定律)’에 636년 당나라에 들어와 643년 신라로 귀국했다는 기록에 의거해 적어도 643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속고승전』과 『삼국유사』에 자장 스님의 부모가 자식이 없자 불법에 귀의한 후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하고 자장 스님을 낳았다는 기록을 감안할 때 자장 스님이 굳이 관세음보살을 조성해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는 것. “내 차라리 계(戒)를 지키고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깨뜨리고 백년을 살기 원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던 자장 스님의 엄격한 율사적 이미지 내부에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 사별해야 했던 자장 스님의 안타까움이 관세음보살 조성 배경에 깊이 깔려 있는 것이다.

양 교수는 “수·당대 낙양은 당시 수도였던 장안과 동일하게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도시였다”며 “자장 스님이 입당할 당시 혹은 신라로 돌아갈 때 낙양 용문석굴에 이 불감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문명대 한국불교미술사학회 회장은 “자장 스님은 한국불교는 물론 삼국통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중국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발견된 자장 스님 조성 불감은 스님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함께 신라 구법승들의 활동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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