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목탑지 심초부에서 577년에 사찰이 조영됐다는 명문 사리기 및 각종 사리공양구가 출토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부여 왕흥사지. 최근 왕흥사지 인근 150m 근처에서 기와가마터 11기<위 사진>가 확인되면서 왕흥사가 기와를 자체 제작해 사용했음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3월 13일 기와가마터 발굴조사 보고서를 통해 “왕흥사 중심 사역에서 동쪽으로 150m 벗어난 곳에 백제시대 가마 10기와 고려시대 가마 1기가 발견됐다”며 “왕흥사가 가까운 곳에서 기와를 제작해 사찰에 공급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가마터들은 산의 경사면을 따라 남북방향으로 시설돼 있으며 남쪽에 아궁이, 북쪽에 굴뚝이 축조된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이 중 3호 가마는 불길이 기와에 직접 닿지 않도록 구들장 위에 기와를 올려놓고 굽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완성도 높은 기와를 생산해 냈던 백제의 뛰어난 기와 제작 기술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 1호 가마에서는 ‘왕흥(王興)’명의 고려시대 명문와<아래 사진>가 출토돼 왕흥사가 고려시대까지 존속됐음도 새롭게 확인됐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백제의 가마터 중 정식 발굴조사 후 보고서가 발간된 곳은 정암리 가마터가 유일하다”며 “이번 왕흥사지 가마터는 정암리 가마터와 함께 백제시대 기와가마의 특징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