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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오만-물질만능주의가 황사 원인
만물의 상호의존관계 인식 절실

매년 봄철이 되면 불청객이 찾아들어 걱정꺼리를 더하곤 한다. 중국 북부와 몽고지방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가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황사가 매년 조금씩 심해지고, 또 황사의 계절이 길어진다는 데 있다. 올해도 벌써 황사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의 일부초등학교에서는 입학식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까지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고, 기상청은 금년에는 황사현상이 더욱 심할 것임 예고하고 있다.

황사는 몽고와 중국 북부에 있는 고비사막과 내몽고지방 황토고원의 건조한 지표(地表)가 이른 봄철의 거센 바람에 깎여 올라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멀리는 일본을 거쳐 미국 서해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그 위력은 짐작할 만하다. 중국 북경에서 비행기로도 서너 시간의 거리에 있는 서울에서 매년 봄철이면 황사의 피해를 염려해야 할 처지이니, 현지인 북경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경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일 것은 뻔한 노릇이다.

필자가 십여 년전 4월에 북경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마침 그때에 거센 황사를 만났다. 문자 그대로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곳 사람들은 아예 엷은 비닐봉지를 머리에서 목까지 뒤집어쓰고 다니는 실정이었다. 중국에서 날아 오는 황사는 가는 모래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해안지대의 공장에서 배출되는 많은 중금속류가 섞여 있어 비염을 비롯한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막화의 촉진에 있다.

사막은 살아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이나 중국 북부의 고비사막과 같은 사막들은 매년 거센 모래폭풍(sand storm)으로 많은 양의 모래를 날려 매우 빠른 속도로 주변의 사막화를 촉진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실크로드의 한 지점인 트루판에서 지금은 모래에 묻혀버린 후한(後漢)시대에 번창했던 가오창왕국(高昌王國)의 옛 도성 터를 보면 사막화의 무서운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황사의 문제는 단순한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적극적인 원인으로는 중국 서북지방에서 근 4억 마리에 이르는 양이나 염소를 무분별하게 방목(放牧)함으로써 사막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독특한 잡초류가 멸종되어 지표가 드러나는 것을 들 수 있고, 소극적인 원인으로는 사막풍의 확산방지를 위한 방풍림조성 등 대책의 결여를 들 수 있다.

물론, 갈수록 모래바람을 거세게 하는 원인인 비의 부족현상은 지구온난화(地球溫暖化)라던가 원시우림(原始雨林)의 대량벌채에 따른 기후조절능력의 부조(不調)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인재(人災)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사람의 잘못으로 사람들이 황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고, 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건강은 물론, 푸른 지구의 보전에 대한 적신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태여 제법무아나 화엄일승(華嚴一乘)의 교의를 들 것도 없이 우주 만유(萬有)는 어느 하나도 각각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 없이 모두 상관관계에 의해서 성립되고, 세계는 실로 이러한 서로 의존하고 관계됨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나 모래 한 알과 같은 개체(個體)는 그러한 상관관계라는 거대한 그물의 그물눈(網目)과 같은 셈이다. 이 법계는 무진연기(無盡緣起)의 시현일 뿐, 그것을 조종할 어떠한 지배자나 창조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지한 사람들이 탐욕에 찌든 집착으로 마구 개발을 서둘다보니, 약간의 물질적 풍요는 누리게 되었지만 그로 인한 부산물이 더 큰 대가로 우리 앞에 눈을 부릅뜨며 마주 서게 된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해서 있다는 착각, 사람은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오만, 사람의 행복을 물질위주로 생각하는 무지가 황사를 비롯한 오늘날의 심각한 지구적 환경문제를 불러왔다고 해서 큰 잘못일까? 지금이라도 부처님께서 깨치신 연기법과 그를 바탕으로 한 만유의 상호의존관계를 바로 인식하여 행동으로 나서야 할 일이며,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계획에 관해서도 큰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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