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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절제된 말 성하면 세간이 화평
격한 말 흥하면 민심이 흉해져

선거철을 지나면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모난 말들을 많이 들었다. 정당은 정당대로,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절제되지 않은 말로 거침없이 상대방을 비난하다보니, 좋던 싫던 그 소리가 육성으로 또는 매스컴을 타고 우리의 감각기관에 와 닿는다.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서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이마에 주름이 하나쯤은 더 늘었을 것 같다.

하기야, 국회의 의석을 차지하고자 하는 당자(當者)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마음의 여유가 있을 이 없고, 어떻게 해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뿐일 것을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제까지만 해도 정당을 함께 하던 동지나 국회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던 동료 또는 개인적으로 서로 흉허물 없이 지내던 친구가 의석 하나를 놓고 다투다 보니, 태도를 표변하여 언제 알았느냐는 듯이 얼굴을 붉히고 막말을 퍼부으면서 상대를 헐뜯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타깝다 못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그들이 선거가 끝난 뒤에 무슨 낯으로 서로를 대하게 될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근년에 들어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로 말이 일반적으로 격해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이 많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별 생각 없이 말을 쏟아내는 것 같다. 그러자니, 사람들 사이는 물론 사회가 전체적으로 삭막한 느낌을 주고, 마음의 여유가 덜한 것 같다.

무릇, 시비(是非)는 말에서 비롯되는 것이 보통이다. 말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라도 상대방은 자기를 깎아내리거나 좋지 않게 들리는 말을 들으면 기분을 상하고 반사적으로 그에 대응하는 말을 하기 쉽다. 서로가 자기의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다보니 서로의 말이 부닥치고 시비로 발전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말을 삼가하고 바르게 하도록 여러 모로 강조하신 것이며, 말에 관한 가르침이 많은 것도 그 탓이라고 하겠다. 곧, 오계 가운데 하나가 거짓말하지 말 것이고, 팔정도의 하나가 바른 말이며, 삼업 가운데 하나가 입으로 짓는 것을 가리키는 구업이니, 이를 통해서 보더라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다.

우리의 마음은 말을 통해서 밖으로 표현되고, 그 말은 몸을 통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마음과 행동의 중간에 있는 것이 곧 말인 셈이어서, 말이 차지하는 현실적 중요성은 매우 큰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 가운데, 순하고 절제된 말이 성하면 세간이 화평하나, 격하고 원색적인 말이 흥하면 민심이 흉해진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자념경(自念經)』에서 프라세나짓왕(波斯匿王)의 물음에 답하여 말씀하시기를 “만일, 몸의 악행을 행하고 입과 뜻의 악행을 행하면 그것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오. 그는 스스로 자기를 생각한다고 말하더라도 실은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몸이나 입이나 뜻으로 악행을 행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위해 한 짓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실은 자기를 헐어내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힘들여 얻은 명예나 재물은 멀지 않아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지만, 무심코 한 말로 인한 업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허망한 오욕을 챙기기 위해 결국 자기를 파멸로 이끌 구업을 짓지 않도록 밤낮으로 바르게 처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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