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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권력화는 제 무덤 파는 꼴”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4.18 21:21
  • 댓글 0

‘현대사회와 종교권력’ 학술대회

종교의 정치화, 상업화, 금권화 등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불교와 기독교 종교인 학자들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하고 ‘뼈아프게’ 참회하는 학문적 토론의 장이 열렸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김용표)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김성은)는 4월 18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현대사회와 종교권력’이란 주제로 제3회 불자-기독자 교수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기존의 형식적인 차원의 학술대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 불교와 기독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종교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였다.

“종교, 정치권력 얻고 자비실천 내줘”

이날 비판의 포문을 처음 연 것은 김용표(동국대 교수) 회장이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종교와 정치권력의 결탁은 역사적으로 많은 오점을 남겼고 이는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라는 종교 본래 목적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며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종교 자체의 권력화로 이어져 갖가지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성직계급의 권력화, 종교와 정치권력의 결탁, 특정 교단의 이익집단화 등 문제를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종교계가 건강한 종교성을 회복하고 자비와 인류의 공동선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논문발표는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역사상의 불교권력’이란 주제를 통해 세속적인 정치권력을 경원시하던 초기불교의 태도가 중국불교를 거치면서 호국적인 성격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한반도로 전래된 탓에 삼국시대부터 한국불교는 왕실 및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규명했다. 유 교수는 이어 “비록 신라는 망했지만 불교는 오히려 고려의 건국과 함께 더 융성하기 시작했다”며 “고려불교는 무신정권 이후 무소불위의 정치세력화 과정을 겪으면서 정치세력화에 성공했지만 바로 그러한 성공이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판셈이었다”고 밝혔다. 요컨대 불교권력화가 불교의 쇠퇴 및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 교수의 논문을 논찬한 김흡영 강남대 교수는 “어떤 종교권력이든 그것이 잘못 사용됐을 때는 어떠한 권력보다 위험하고 음흉하고 잔인한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한 뒤 “탐진치의 죄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종교인은 언제든지 그러한 비판의 가장 우선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하나님 현현은 다우존스 주가지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도 기독교 역사에서 본 종교의 권력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손 교수는 “그리스도 복음의 세계화, 즉 세계에서의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 아니라 자본 즉 맘몬에 의한 세계화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하나님과 재물을 같이 섬길 수 없다’고 예수께서 경고한 바 하나님과는 병존할 수 없는 재물의 세계화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달성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기독교는 사회적 연대성,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의 세계화의 정신을 망각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자신을 일치시킴으로서 기독교의 본래성에서 일탈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특히 독일 시사주간지에 게재됐던 “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시장이 등장했고, 이 하나님의 현현은 다우존스 주가지수며, 그의 성체(聖體)는 미국의 달러고, 그의 미사는 환율조정이고, 그의 나라는 지금 크레믈린의 지도자들까지도 찬양하는 자본주의적 보편문명이다(Der Spiegel, 1991.12.31)”라는 기사 인용으로 결론을 대신했다.

이 논문의 논찬을 맡은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종교적 메시지를 우리 삶 속에 구체화 시키려는 종교가 오히려 권력화하는 것은 종교적 메시지의 종교화 과정 중에 드러나는 인간 내부의 또 다른 이면일 수밖에 없다”며 “그 무엇을 비판하고 개혁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 대상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신뢰의 마음을 가져야 함을 전제한다”고 강조했다.

“권력 추종하다가는 자정능력 상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종교권력의 역사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한국사회와 종교권력에 대한 열띤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먼저 김경집 진각대 교수는 ‘현대불교와 종교권력’이란 주제를 통해 “국가권력이 불교를 통제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불교 스스로 권력화 되어 안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종교가 자정능력을 잃으면 분열과 분쟁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금권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계층에만 권력이 쏠리면서 사찰경제의 공동체성을 급격히 파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뒤 “불교권력의 정치화는 당면한 불교계의 현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것처럼 불교계가 막강한 힘을 가진다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논찬한 김영태 전남대 교수도 “불교의 세속화는 부처님의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며 “불교 중흥의 길은 무소유의 실천과 불국정토를 향한 각고의 도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늘날 사이비종교는 주류종교들”

이진구 호남신대 교수는 한국기독교와 종교권력의 문제에 대해 파고들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의 종교는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의 하나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며 “지금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종교는 이른바 ‘사이비종교’로 불리는 일부의 소수종파들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종교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개신교의 위기 극복은 정치적 세력화를 통한 타자 공격이나 교회의 대형화를 통한 무조건적인 자기팽창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스스로를 무한 증식해 가는 종교권력의 해체작업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힘의 논리는 또 다른 종교권력의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종교권력의 해체를 위해서는 섬김의 논리로 다가가야 하고 그것은 곧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며 ‘예수 믿고 손해 보기’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찬을 맡은 박광서 서강대 교수는 기독교의 종교권력화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개신교의 배타성과 권력화, 힘 숭배 성향, 타종교 폄하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그는 “인간과 사회를 구원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개혁과 구원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느낌이 든다면 종교과잉과 종교권력을 과감히 거부해야 한다”며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싶은 대다수 국민들의 꿈을 위해, 이제까지 종교로 세상을 말해 왔지만 이제는 세상으로 종교를 말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일반들의 많은 참여와 함께 언론사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이는 곧 종교가 더 이상 ‘성역’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임을 반증한다는 게 주최측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종교인 학자들의 신랄한 비판과 강한 자성의 요구에 대해 향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지도층이 어떻게 반응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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