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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피고지는 꽃처럼 무상한 게 권력
교만과 방일 늪에 빠지지 말아야

한동안 귀를 따갑게 하던 총선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신묘하기 짝이 없는 선거결과가 나왔다. 인위적으로 만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묘하고 의미 있는 선거결과를 통해 모른 척 말 없이 있는 매서운 민심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아직도 속을 못 차리고 선거결과를 제각기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고, 특히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갖가지 말장난을 하는 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원래 정치에 몸을 담는다는 것은 자기의 모든 인격과 능력을 걸고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복지를 위해 이바지 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선거 때면 후보자들은 의례히 자기가 당선되면 지역발전을 위해, 선거인의 이익을 위해 이러 이러한 일을 하겠노라고 화려하고 거창한 공약(公約)을 쏟아내곤 한다.

당선만 되면 모두가 모범적인 정치인으로서 공약의 훌륭한 실천자가 되고, 그야말로 충직한 공복(公僕)으로서 봉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당락이 결정되고 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예사이다. 오직하면 민주국가에서의 주권자란 선거일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가 되었겠는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거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 정권의 탄생은 마치 자기의 공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내세우며 오만을 떨거나, 자기가 특히 잘 나서 선거에서의 승자가 된 것처럼 교만해지는 경우가 많다. 선거란 원래 여러 가지 요인이 함께 엉켜 작용하는 것이어서 꼭 어느 한 가지 만을 들어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승자라고 해서 반드시 패자보다 인격, 학문, 능력 등이 총체적으로 훌륭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한다는 분들이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교만의 늪이다. 교만이란 그 참된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나’를 내세우고, 그 ‘나’를 과시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교만은 자연히 ‘나’ 이외의 것, 곧 ‘남’을 깎아내리고 얕보는 성향이 따르기 마련이고 독단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남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예사이나, 본인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권력을 잡거나 각계의 지도자를 자부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겸손하고 약자를 마음으로부터 보살피는 아량을 보이는 것이 정도임은 다시 말할 나위조차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닭 벼슬만도 못한 벼슬만 해도 자기가 가장 잘났고, 가장 잘 알며, 가장 훌륭한 능력을 지닌 것처럼 뽐내며 남을 업신여기는 꼴을 흔히 볼 수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듯이, 권세처럼 무상한 것도 찾기 힘들 것이다.
들어온 권력은 반드시 나간다는 것은 철칙이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손에 쥐어진 권력은 생전 자기 것으로 알고 처신하는 예가 많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부린니경(富隣尼經)』에서 푸르나 존자에게 이르시기를 “중생들은 ‘나’라는 교만과 삿된 교만이 있어 그 교만에 휘말려 삿된 교만은 삿된 교만을 불러 온다. … 일체 중생들이 그 모든 삿된 교만을 남김없이 아주 없애면 그들은 영원히 평안하고 즐거울 것이니라”라고 하시어 교만을 없앨 것을 담부하셨다. 또 중아함의 『분별육계경(分別六界經)』에서도 “‘나’란 스스로 자랑하는 것이다. … 이것은 뽐내는 것이고, 이것은 교만이며, 이것은 방일이다. 비구여, 만일 이 일체의 자랑과 뽐냄과 교만과 방일이 없으면 그것을 뜻의 쉼이라 하느니라”라고 말씀하시어 교만의 해독을 거듭 밝히셨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교만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마음을 다잡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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