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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16국사 편지 진품 맞나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4.25 10:11
  • 수정 2013.03.14 19:09
  • 댓글 0

재야금석학자 박영돈 씨 공개

진품 땐 국내 最古 간찰…최소 보물급
초서로 쓰여 판독 난해…정밀 연구 필요

 

사진 위부터 보조국사 지눌, 진각국사 혜심, 진명국사 혼원, 고봉국사 법장 스님의 간찰(편지).
보조국사 지눌, 진각국사 혜심 스님 등 고려불교의 정신적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송광사 16국사들이 썼다는 간찰(簡札·편지)이 공개됐다.

 

재야금석학자로 보각국사 일연 스님의 비문과 청평산 문수원중수비문 등을 재현해냈던 박영돈(73) 씨는 4월 23일 송광사 16국사의 간찰 16점을 본지에 공개했다.

 

박 씨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번 간찰은 약간 두꺼운 한지에 대부분 초서체로 쓰인 것으로 제1세 조사 보조 지눌 간찰을 비롯해 제2세 진각 혜심, 제3세 청진 몽여, 제4세 진명 혼원, 제5세 원오 천영, 제6세 원감 충지, 제7세 자정 일인, 제8세 자각 도영, 제9세 담당, 제10세 혜감 만항, 제11세 묘엄 자원, 제12세 혜각 묘구, 제13세 각진 복구, 제14세 복암 정혜, 제15세 홍진 혜영, 제16세 고봉 법장 등 모두 16명의 고승이 직접 쓴 편지다. 또 간찰의 크기도 조금씩 달라 작은 것은 가로 23센티×세로 28센티부터 큰 것은 가로 48cm×세로 32.5cm에 이른다.

 

이번 간찰이 진품으로 판명될 경우 학술적, 문화재적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원효와 더불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눌 스님의 경우 저술은 남아 있지만 상당법문이나 편지글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것이 진품일 경우 스님의 새로운 사상이나 대중과의 관계, 상대방의 신분관계 등을 새롭게 조망해볼 수 있어 역사적으로나 사상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경(명상상담연구원장) 스님은 “이 간찰이 진품이라면 불교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며 “특히 16국사 중 지눌, 혜심, 만항, 법장 국사 등 몇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국사들은 단지 이름만 전하는 수준이어서 이들 국사의 면모를 밝히는 결정적인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16국사 간찰을 오래 전부터 지난 2004년 12월까지 점차적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30여 년 전 보각국사 일연 스님의 비문 복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스님들의 간찰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까지 350여 점을 모아왔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말 16국사의 존재를 알게 됐고 우연히도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간찰 중에 이들 송광사 국사들의 것이 많았고, 그 후 몇 년간 여러 점 더 입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씨가 16국사 간찰을 소장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며 학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위작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600~800년 간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어떻게 16국사의 편지가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현재 유통되는 고서나 골동품 중에 가짜가 유독 많은 분야가 간찰이라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진위문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도 많다. 특히 대부분 위작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인의 글씨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간찰은 몇몇 국사를 제외하면 학자들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이어서 굳이 이들 스님의 가짜 편지를 만들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간찰들을 검토한 성보문화재연구원 총재 석정(중요 무형문화재) 스님은 “(박영돈) 선생이 수집한 간찰이 모두 다 진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위작이라고도 할 수 없다”며 “지질(紙質)로도 시대가 짐작되는 것이 많고 글씨도 범속한 서품(書品)이 아니라고 보여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 이 간찰들을 연구하고 있는 정상옥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도 “처음에는 설마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먹의 종류, 종이 등을 고려할 때 진품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섣불리 진짜 가짜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편지의 전체적인 내용과 사용된 단어들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간찰 중 일부를 훑어본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은 “나라의 스승으로 추앙되던 당시 국사들은 종교적인 지도자일 뿐 아니라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서체 또한 매우 뛰어났다”며 “이번에 공개된 작품 전부 다 탁월한 글씨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진국사나 원감국사 등 필획은 대단히 좋다”고 밝혔다.

 

이번에 16국사의 간찰이 공개됨에 따라 향후 진위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간찰을 공개한 박영돈 씨는 “이 편지들 중 단 하나만 진품으로 판명되더라도 오랫동안 고승들의 편지를 모아온 보람이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 아니라고 할 게 아니라 원문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함께 서체, 종이 재질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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