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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法대로 사는 게 조계종 살릴 길”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8.04.28 12:56
  • 댓글 0

41년 유교법회 조명 연찬회, 무슨 말 오갔나

‘파쟁-불신-물신풍조-현실안주’일제 때보다 심각

'유교법회 조명 연찬회'에서 논찬자들은 오늘날 조계종의 현실을 일제 때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진단하고, 유교법회를 종단의 앞날을 밝히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계종이 종단 중흥의 당간(幢竿)으로 규정해 수행종풍 선양 차원에서 개최한 41년 유교법회(遺敎法會) 조명 연찬회에서 발표자와 논찬자들은 오늘날의 조계종 현실을 위기상황으로 진단, 옛 스님들의 정신을 이어 미래를 설계하고 밝혀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계종 중흥의 당간 41년 유교법회를 조명하는 연찬회’는 4월 22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종단 앞날을 밝히는 거울로 삼고자 이 연찬회를 갖게 됐다”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이날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연찬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목정배 동국대 명예교수는 “범망경을 씨줄로 하고 유교경을 날줄로 하면서 자비참을 원융하게 하였으니 이 유교법회는 조계종이 지향할 바를 교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하고 “유교법회가 교단 정화로 나아가는 기초가 되었다면, 해방 이후 ‘부처님 법대로 살자’고 기치를 높이든 봉암사결사대법회는 역사의 수레를 전진시킨 불사”라며 유교법회가 봉암사결사와 정화불사의 근간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목정배 교수에 이어 김광식 부천대 교수가 ‘유교법회의 전개와 성격’, 해인사 승가대학장 법진 스님이 ‘유교법회의 동참대중’, 동국대 김상현 교수가 ‘한국불교사에서의 유교법회’, 해인사 율주 종진 스님이 ‘유교법회의 불전과 계율 수호’를 주제로 각각 유교법회를 조명했다.

수행·교화 방기, 호구승 전락

이어 ‘유교법회와 조계종의 오늘’을 주제로 마지막 주제발표에 나선 벽송사 선원장 월암 스님은 파합승가와 불신, 물신풍조, 현실안주 등으로 조계종의 오늘날 모습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수행과 교화를 방기한 호구승으로 전락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철저한 자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월암 스님은 이어 “한국불교에서 만약에 재물과 이익에 빠져 노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 지금 당장 참구하고 섬기는 수행분위기로 유턴하여 유교법회의 정신을 발현하여야 한다”며 이것만이 조계종문을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조계종단에 대한 월암 스님의 직설적 비판과 성찰 요구에 좌중은 숙연함 마저 보였다. 이어 덕숭총림 수좌 설정 스님, 해인사 율원장 무관 스님, 기본선원장 지환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태원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등 5명의 논찬자와 발표자들이 모두 단상에 올라 종합토론 격인 논찬을 벌였다.

논찬은 설정 스님이 조계종의 현실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종단과 종도를 향해 쓴 소리를 던지면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설정 스님은 “오욕에 찌든 명리승과 집단 이기주의는 일제시대 못지 않은 막행막식의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굴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현실을 비판했다. 설정 스님은 이어 “유교법회의 근본 뜻은 정법안장을 밝혀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데 있으므로, 유교법회에서 선사들이 고구정녕 부촉했던 부처님 제자다운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유교법회 정신 선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설정 스님의 현실 비판으로 장내에 숨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무관 스님 역시 “전체적 맥락에서 설정 스님의 말씀에 공감한다”며 “이 자리가 반성하고 참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관 스님은 이어 “유교법회는 당시 사찰을 실제로 경영하는 스님들의 축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던 법회인데, 구체적 사례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이날 주제발표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지환 스님 역시 교단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오늘날의 현실이 유교법회 당시의 상황과 다름없는 비 불교적이고 비 승가적인 작태가 만연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선조들과 같이) 유교법회를 열지 못하는 것은 슬픈 현실이고,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반성·참회하는 계기 삼아야

연찬회는 열띤 토론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에도 못미치는 청중들만이 자리를 함께했다.

논찬자들의 현실 비판이 이어지자 월암 스님은 “유교법회의 정신과 사상을 계승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희망은 교육밖에 없으므로 구참 스님들은 재교육을, 신참 스님들은 참신한 교육과정을 통해 도제를 양성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태원 스님은 “청정비구승단의 구현은 부처님의 사상을 잇는 것”이라며 조직화 과정에서 일어난 정화운동과 정화 이후 일반 대중의 눈에 비춰진 불교의 모습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미산 스님도 “41년 승단의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면서 유교법회가 진행됐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이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스님은 이어 “포살과 결계로 (유교법회의 정신을)되살려 가야 한다”면서 당시의 문헌연구와 사상연구를 병행해 정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계’ 교육 풍토 조성할 때

논찬에서 오늘날의 조계종 현실에 대한 비판과 유교법회 선양 사업의 지속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오늘날 조계종이 유교법회의 정신을 잇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계율을 지키지 않는데서 찾는 시각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무관 스님은 “현재의 교육체계는 출가하고 4년이 지난 후에나 율장을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선교육 후득도의 교육체계를 선득도 후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종진 스님 역시 “출가한 본래의 뜻을 알면 오늘과 같은 연찬회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교육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논찬에서 참가자들은 선조들이 불법대로 살자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한 유교법회의 중요성을 간과해 온데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일제시대의 축처·육식 등 막행막식에 버금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지금이야말로 부처님 법대로 살아야 할 시기라는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교법회 조명 연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향후 유교법회에서 봉암사 결사, 봉암사 결사에서 정화운동으로 이어졌던 선조들의 정신을 잇기 위한 수행종풍 확립이 곧 조계종의 미래를 밝힐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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