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⑥ 인지과학의 세 흐름
[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⑥ 인지과학의 세 흐름
  • 법보신문
  • 승인 2008.04.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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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뇌’ 주류속 동양사상 관심 집중

유식은 현대인지과학의 불교식 버전

최근에 학제간 연구로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라 불리는 인간의 마음과 앎의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일 것이다. 인지과학의 태동을 보면 과거 2차대전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미영연합국의 시도에서 비롯되었고, 연후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인지과학분야가 발전되어 왔다. 그 후 불과 60년 정도의 세월 안에 그간 컴퓨터와 관련된 과학발전의 역사는 참으로 엄청나다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IT(정보과학), BT(생명과학), NT(나노과학)와 함께 CT(인지과학)를 4대 핵심융합기술로 선정하여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인지과학을 활용한 응용기술이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에 침투하여 있으며, 예를 들면 인공지능 로봇개발, 신경인지과학을 이용한 마케팅기술 혹은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대중심리를 연구하고 게임이론을 접목한 주식시장 분석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향후 가히 상상을 불허하는 인지과학관련 기술이 계속 선보이겠지만, 그 거시적인 발전과 진행과정은 다음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첫째는 사이버세계 및 정보통신과 관련된 인공지능 컴퓨터 및 로봇기술 분야, 둘째는 철학적으로 물리주의(physicalism)라 분류되는 뇌과학 분야. 그리고 제3의 인지과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인지과학과 동양사상의 접목일 것이다. 여기서 제3의 인지과학이라는 표현은 필자가 임의로 사용하였다.

간략히 인지과학의 세 흐름을 살펴보면, 첫째의 인공지능 컴퓨터 및 로봇기술 분야는 주로 양자역학 및 IT기술 등의 현대 과학기술발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분야에 속한 개발자들은 언젠가 인간과 대등한 판단과 능력을 보유한 컴퓨터 및 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의 물리주의에 속하는 뇌과학 분야는 주로 의학, 진화생물학 및 실용주의 서양 철학가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인간의 마음은 바로 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요사이 뇌과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로 마음은 뇌의 작용이라는 물리주의의 입장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희로애락도 뇌의 작용이라 보기에 뇌분비 물질을 조정함으로서 인간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마음의 소재지인 가슴은 사라지고, 뇌만 남은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세 번째로 언급된 제3의 인지과학인데, 이는 주로 현재 주류인지과학의 맹점을 지적하고 동양사상의 전통적인 인식론을 받아들일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근자에 들어 많은 서양 학자들이 생태문제를 포함한 사상적 대안을 도교와 불교사상 등에서 찾고 있으며, 이중 특히 인지과학분야를 불교사상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입장을 인지과학분야에서 제시한 학자는 칠레사람으로서 둘 다 하버드대에서 공부하였고 또한 사제지간인 마투라나(Humberto R. Maturana)와 바렐라(Francisco J. Varela)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바렐라 같은 학자는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전해진 서구의 티베트불교도 실천수행하였고, 달라이라마와 서구 뇌신경과학자들과의 자유대담도 성사시킨 주역이다. 불교는 무아(無我)와 상호연기를 표방하는 사상으로서 인지과학의 연구결과와 많은 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지만, 제3의 인지과학은 물리주의와는 달리 단순히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는 입장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의 기반에 불가의 실천수행을 겸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다름 아닌 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지과학의 매력은 단지 개념으로서 인식의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지과학적 연구결과에 의해 우리의 통념적인 인식과정의 허구성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제3의 인지과학에서 인용하는 불가의 실천수행상 인식전환방법으로는 초기불교의 정념수행(正念, Sati) 혹은 대승불교의 선(禪)수행을 제시하는 두 갈래가 있다. 불교 중에 특히 유식학은 인간의 마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에 불교심리학이라고도 불리지만, 오히려 현대의 인지과학의 결과를 보면, 불교유식학은 첨단 현대인지과학의 불교식 버전이라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 연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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