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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먹거리로만 매년 200억 동물 살육돼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4.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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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으로 본 동물생명경시 풍토

“전생에 시비왕으로 태어난 부처님은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매를 피해 도망 온 비둘기를 자신의 품에 넣어 보호했다. 그러자 잠시 뒤 매가 날아와 그 비둘기는 나의 점심거리이니 내놓으라고 따졌다. 그러자 시비왕은 비둘기 대신 자신의 허벅지 살을 비둘기만큼의 무게로 떼어 주겠다고 했다. 이윽고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저울에 달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비둘기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허벅지의 살을 떼어 양 허벅지의 살을 저울에 달았다. 그래도 저울추는 비둘기 쪽을 가리켰다. 결국 부처님은 자신의 온 몸을 저울에 올려놓았다. 그제야 비둘기와 무게가 같았다.”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한 마리의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바쳤던 부처님. “나는 시작을 알 수 없는 윤회 동안에 모든 동물이었다”고 부처님 스스로 많은 경전에서 밝혔듯 불교에서는 인간과 동물은 수많은 윤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혈연적 관계로 간주해 왔다.

살처분, 반불교적 대학살극

그럼에도 최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 사태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저버린 반불교적이고 잔혹한 학살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4월초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AI로 불과 한 달 사이에 560만여 마리의 오리와 닭들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 원인이나 경로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AI가 발병되면 주위 3km에 포함된 가금류들이 한꺼번에 땅 속에 매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탓에 한 마리만 감염돼도 주변의 모든 가금류들을 일제히 살육하는 이 시대의 ‘아우슈비츠’,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심지어 약물투여나 전기충격 등 죽음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재정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살아 있는 채로 땅속에 묻거나 땅 밖으로 나온 동물들을 다시 둔기로 때려 죽이는 일까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는 동물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생명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먹거리’로만 여겨 그들의 고통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것으로 생명이 존엄성을 인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 측의 지적이다.

비단 AI로 인한 가금류의 살처분에서 보듯 동물에 대한 생명경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 시간 동물실험으로 10만 마리가 죽어가고 있으며, 특히 사람들의 먹거리로 도살되는 동물의 생명은 매년 2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러한 동물들을 사육하기 위해 매년 한반도의 절반만한 숲이 벌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멸종되는 생명의 종류도 매년 최소 1000종에서 최대 1만 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불교의 불살생 계율과 채식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생명 경시 풍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동물, 전생서 맺은 혈연관계

안옥선 순천대 교수는 “도덕성에 따른 윤회의 한 동일과정 속에서 동물과 인간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닐 뿐 아니라, 도덕성의 정도에 있어서만 다른 동질적 존재”라며 “불교는 인간과 동물간의 경계지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불살생의 대상이며 자비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실제 쌍윳따니까야에서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윤회의 시작은 알 수 없다. … 비구들이여, 이러한 시간 동안 이전에 너의 어머니(아버지, 형제, 자매, 아들, 딸)가 아니었던 유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떤 연유에서인가? 비구들이여, 이러한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계율을 전공한 이자랑 도쿄대 박사도 “동물들을 전생의 이웃이요, 가족이라고 여긴다면 아무리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축생이라도 무참하게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간에 의해 무참하게 희생된 동물들을 위해 스스로 참회하고 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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