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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이 세상에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어
집착 버리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길

구태여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들출 것도 없이, 이 세상에 고정(固定)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작게는 미립자에서 크게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유형적인 재물에서 무형적인 명예에 이르기까지, 경제 상황에서 철학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 우주는 궁극적으로 파동(wave)과 입자(particle)로 이루어진 것인데, 모든 물질은 입자인 원자로 구성된 것이라고 배웠다. 과연 그렇다면 인간의 육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구성하는 최하 단위인 원자는 입자라는 고정된 것이 되는 셈이고, 결국 만물에 고정 불변의 것은 없다는 이치에 대한 예외가 된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근래의 양자물리학에 의해서 밝혀졌다. 원자를 이루는 극미립자인 양자, 광자, 전자, 중성자 따위는 입자로서 뿐만 아니라 파동으로서의 성질도 가지며, 파동도 또한 입자와 같은 성질을 보이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코프라(Fritjop Copra)박사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그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The Tao of Physics)』에서 “물질의 아원자적(亞原子的) 단위는 양면성을 띠는 매우 추상적인 실체로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입자로도 파동으로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결국 우주 만물은 예외 없이 고정 불변의 것이 없이 모두 변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우주의 이치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무명(無明)에 가린 사람들은 자기가 얻은 권세나 명예는 생전 자기와 함께 할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교만에 빠지고, 많은 재물을 지닌 사람은 그 재물은 절대로 자기를 떠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하여 그에 집착한다. 또 남보다 조금 더 배웠다는 사람은 그 배운 것이 항상 소중한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잘못 알고 방일(放逸)의 늪에 빠지는 수가 많은 것이 예사이다.

이 모두가 모든 것은 예외 없이 변하고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엄연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병폐라고 할 수 있다. 고정된 것은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교만이 생기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집착하며,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기 때문에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나’라는 것을 내세우고 그 ‘나’에 매달리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무명의 소치로 돌릴 수밖에 없으며, 무명이 죄다.

그러나 한편 이 세상의 것들이 사람의 착각과 같이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조화를 잃고 무미건조하며 살맛을 찾기 어려울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진 사람은 항상 갖고, 없는 사람은 언제나 없으며, 권세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것을 유지하되 낮은 사람은 늘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어야 함은 물론, 어린이는 어린대로, 늙은이는 늙은 대로 그 상태가 유지될 것이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노력이라는 것도 별로 큰 효험이 없을 것이니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우주의 모든 것은 그것이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이거나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변하고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신비롭고 교훈적인 일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잡아함의 『과거무상경(過去無常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과거와 미래의 물질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의 물질이겠느냐. 거룩한 제자로서 이렇게 관찰하는 자는 과거의 물질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물질을 즐겨하지 않으며, 현재의 물질은 싫어하고 욕심을 떠나 바른 방향으로 멸하여 다하느니라”라고 가르치셨으며, 이 경은 제행무상을 말씀하신 대표적인 경으로 자주 들린다.

이미 2500여 년 전에 모든 것은 무상하여 고정된 것이 없으니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말도록 일깨우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하루 빨리 어리석음의 번뇌로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권력이란 원래 아침 이슬과 같은 것을….

이상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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