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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 현장을 찾아서 4 - 아미산 절경과 이제현

지난 8월 초순에는 불교성지 답사의 일환으로 장강삼협을 거쳐 아미산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원래 낯선 곳을 거치는 것이기에 대상의 경관이 좋든 궂든 환희와 경탄을 하게 마련이다. 6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해 저녁 늦게 성도(成都)에 닿아, 피곤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는 새벽에 다시 공항으로 나가 의창(宜昌)행의 비행기를 타고 장강삼협(長江三峽)의 여정 길에 올랐다. 의창에서 여객선을 타고 중경(重慶)까지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삼협의 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내년에 저수가 시작되면 주변의 풍경이 175m의 수심으로 잠기게 되어, 올해가 지나면 저 거대한 문화유산이 역사의 뒷편으로 숨겨지게 되는 아쉬움 때문에 세계의 여행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 우선 그 거대한 땅의 드넓음에 주눅이 들다가도, 어떤 곳에서는 좁쌀스러우리만치 왜소함을 보게 되는 양면성이다. 장강이라는 그 긴 강의 흐름이야 보기 전부터도 웅장하리라 예상했기에 새삼스러이 감탄할 것이 없지만, 좌우 산협의 풍광에 시선을 뗄 수가 없으면서도 그 가파른 산 능선에 계단처럼 옹기종기 개간된 농토와 그것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화전민 같은 주민들을 보면서 거대한 국토와 대조되는 옹졸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3일 동안의 장강 여정을 배 위에서 마치고, 불교 4대 성지의 하나인 아미산(峨嵋山)을 찾았다. 이 아미산은 옛분들의 시를 통해서 귀에는 익숙한 터였다. 당나라 이백(李白)의 아미산월가(峨嵋山月歌)도 어려서 배운 것이고, 우리의 고려 때 대학자 이제현(李齊賢)도 이 지방을 유람하며 시를 남기고 있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시 보아둔 터였다. 이제현이 1316년 나이 30에 서촉으로 사신을 가면서 이 지방을 지나며 많은 시를 남겨 당시에도 회자된 시 들이다. 내 또한 이제현의 시를 살펴 석사학위를 얻은 터이라 더더욱 감명 깊은 처지였다. 이제현의 「등아미산(登峨眉山)」이란 시에 '파란 구름은 지면에 떴고 흰 해는 산 허리 감싸네 온갖 물상 끝없는 데 사라져 유장한 허공 절로 조용하다(蒼雲浮地面 白日轉山腰 萬像歸無極 長空自寂寥)'이라 함이 있다. 아미산을 올라서 지은 시이다. 그 드높음을 잘 읊었다. 구름이 지면을 덮고 해가 산 허리를 돈다 했으니 얼마나 높다는 말인가. 나는 높다는 실감을 갖지 못했다. 오를 때는 줄사다리차를 탔으니 그리 높은 줄을 몰랐고 내려올 때는 쌍류동까지 돌계단이었으니 높이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내려와 쌍류동에서 잠시 쉬노라니, 그 절경에는 새삼 넋을 잃을 뻔했다. 계곡의 물이 흐르다 갈리더니 다시 합류하는 장관은 가히 절경이었다. 주변의 바위에는 지난 날의 시인묵객의 시와 글씨가 어지러웠다. 그럴 만한 곳이라는 인정이 갔다. 나도 3~4일 동안 몇 편의 한시를 습작한 터이라 이 명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수 흥얼거려 보았다.



峨眉山下雙流洞 / 아미산 아래 쌍류동에는

飛湍噴雪雷轟動 / 나는 여울물 눈을 뿌리고 우뢰소리 진동하다

暫停遊步想千古 / 잠시 가는 걸음 멈추고 천고의 세월 상상하니

山色水聲一時空 / 산 빛이나 물소리가 일시에 텅 비어버리네.



이제현은 아미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 본 시이기에 땅과 하늘을 한 공간으로 갈무리하여 그저 고요하다 하였고, 나는 골짜기에 갇혀 흐르는 물만 바라본 좁은 소견이라 이쯤해 둘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 성도의 두보초당의 감회도 그저 넘길 수 없으나, 지면이 짧아 생략하면서 초당 입구의 주련에 있던 시구가 방문객의 인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소개하고 마무리해야겠다.

異代不同時 龍 虎臥幾詩客 先生亦流寓 月白風淸一草堂(시대가 달라 같은 때가 아니나 용 움추리듯 호랑이 눕듯 몇 명의 시인들. 선생도 역시 머물다 갔으니 달 밝고 바람 맑은 하나의 초당.) 〈끝〉



이종찬(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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