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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만물은 인연 모여 만들어진 일시적 현상
본래 나도 내 것도 없으니 탐착심 버려야

이 세상에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我)’라고 내세울 만한 실체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我所)’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생물이거나 무생물이거나를 가릴 것 없이 어느 것 하나 본래부터 그대로의 실체를 지니고 있는 것은 없다. 만물은 인연이 닿아 여러 인자(因子)가 모여서 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화엄경』 십인품(十忍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모든 법을 살펴보건대 모두 인연에 따라 일어난 것이다(觀察一切法 悉從因緣起). 바로 불가(佛家)에서 이야기 하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이다. 사람들은 무지의 소치로 자기를 포함해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그 꼴로 존재하는 실상(實相)으로 여기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매일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생활을 이어가면서 습득한 경험과 알음알이를 바탕으로 짜 모은 관념에 터를 잡은 것에 불과한 것이지, 본래부터 그러한 실체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진실은 뒤로한 채 겉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모습에 집착해 ‘네 것’, ‘내 것’을 가리고, 눈만 뜨면 ‘내 것’을 추구하여 쉴 새 없이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가 인연이 다하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이 세상을 떠나면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갔다는 예는 역사상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사람의 경우뿐 아니라 모든 경우에 거역할 수 없는 공통된 현상이다.

요새 신문을 펴들고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기름과 원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주가는 바닥을 모르게 내려가며, 환율은 불안정하여 경제가 어려우니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거기에 마치 기름을 끼얹기라도 하듯 이웃 일본에서는 독도가 자기네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역사적인 배경은 물론이고, 엄연히 한국의 실효적(實效的) 지배 아래 있는 독도를 자기네 것이라고 목청을 돋우면, 그 상대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문제가 얽혀 소란스럽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이 영토문제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비단 독도만이 아니다. 중국과는 그들이 센가꾸 열도라고 부르는 댜오위도(釣魚島)를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가하면, 러시아와는 이른바, 북방사도(北方四島)를 둘러싸고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한때 ‘추악한 일본인(ugly Japanese)’이라는 일본을 회자(膾炙)하는 말이 나돌기까지 한 것을 이해할 만도 하다.
세상만사가 매 한가지이다. 시비는 탐욕에 눈먼 사람들이 무턱대고 ‘내 것’에 집착하는 바람에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남의 손안에 든 것이 아무리 욕심이 난다고해도 무턱대고 ‘내 것’이라고 해서 쉽게 통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뻔한 노릇이다.

그런데도 그 뻔한 일을 모른척하고 저지르는 것이 바로 사람의 무명(無明) 탓이고, 억지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고뇌(苦惱)에 쌓일 수밖에 없어 화를 내고 상대를 욕하게 된다. 전형적인 탐진치(貪嗔癡) 삼독의 표현이다. 탐욕과 집착을 버리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해지고 이웃끼리 화평해 진다.

잡아함의 『경법경(經法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눈으로 물질을 보고 물질을 깨달아 알면서 물질에 탐욕을 일으키지 않고 ‘나는 전에는 눈의 의식이 물질에 탐욕이 있었지만 지금은 눈의 의식이 물질에 대하여 탐욕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는 참답게 아는 사람이다”고 말씀하시어, 물질을 보되 그에 탐착하지 말도록 이르셨다.
물질에 본래 ‘내 것’ ‘네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니 부당하게 욕심내고 탐착할 일이 아니다. 탐착심(貪着心)만 버리고 비우면 그만큼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마치 기구(氣球)가 하늘 높이 떠오르려면 그 기구에 매달린 모래주머니를 모두 버려야 하듯이 말이다.

이상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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