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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종교자유-평등은 법치·민주국가의 상징
대통령 직접 나서야만 현 시국 해결 가능

요새 불가의 모습이 예사가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7월 30일 “이명박 정부가 종교편향을 말아달라는 불교계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또 한 번 참담한 사건을 저질렀다”는 성토성 논평을 내고, “경찰청장의 사퇴와 정부의 공식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 2000만 불자들의 염원을 담아 대규모 규탄대회를 비롯, 승려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조계종 산하 전 사찰의 산문폐쇄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8월 27에는 조계종뿐 아니라 천태종, 태고종 등이 범불교적으로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기로 해 불교계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정부 규탄대회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계가 종파를 초월해 정부에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헌법과 법률을 외면한 채 저질러진 정부의 무분별한 처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국토해양부 교통정보시스템인 ‘알고가’와 교육과학부 ‘교육지리정보시스템’에 교회와 성당은 모두 표기된 반면에 사찰 정보는 대표적인 사찰조차 누락시킨 사실이 들어났고,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어창수 경찰청장의 얼굴 사진이 실렸다.

그에 기름이라도 끼얹듯 지난 7월 29일에는 경찰이 조계사를 나서는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를 세워 불심검문을 이유로 차안과 트렁크 속까지를 샅샅이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불교계가 입을 다물고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천치(天痴)가 아니면 무모(無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 헌법 제20조는 근대 민주헌법 일반의 예에 따라 ‘신앙과 신앙실행의 자유’를 천명함과 동시에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11조 제1항에서는 ‘종교적 차별금지’를 명시하였다. 그러니 정부가 그 사무집행에 있어 특정종교를 차별적으로 취급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은 애초부터 ‘헌법 위반’의 행위다.

경찰관의 불심검문의 근거인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1항은 불심검문의 요건을 ‘범행의 우려가 있거나 범죄에 관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불심검문은 직권 남용에 이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니, 근래 정부의 처사들이 헌법질서를 짓밟고 엄연한 법률의 규정을 외면한 종교차별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과연 억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개신교 신자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도 유독 이 정권에 들어 불교계와의 갈등이 심하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다.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 윗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과잉충성을 일삼는 사람들이 넘어서는 아니 될 선을 넘으면서까지 불교 폄하의 위법을 저지르는 것 같다. 그러한 병을 고칠 처방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 공직자들에게 엄히 경고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길 밖에 없다. 문화부장관이 말한 것처럼 “문화부 종무실장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국장급회의를 열어 정부가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미온적인 태도 자체가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천진스런(?) 생각이며, 힘없는 종무실장 주재의 실무자회의 정도로는 약효가 없을 것이 뻔한 노릇이니, 그럴 경우의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다.

한편, 부처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불자들은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분명한 의사표시를 하되,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할 일이다. 잡아함의 『건매경(健罵經)』에서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을 욕하고 꾸짖으며 흙을 끼얹는 바라드바자 바라문에게 “사람이 성내지 않고 원한 없는데 그를 보고 욕하고 꾸짖더라도 청정하여 앙심먹는 때(垢)가 없으면 그 허물 도리어 제게 돌아가니 마치 흙을 남에게 끼얹더라도 거스름바람 불어 그를 더럽히는 것 같네”라며 진에심(瞋心)을 멀리하도록 이르셨음을 되새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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