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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적 총리'를 기대한다

기자명 연기영
노무현 정권의 항해준비가 한창이다. 새 정부를 함께 이끌어 갈 인물들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국무총리감도 몇몇 인물들이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개혁적 대통령, 안정적 총리'라는 간판을 내걸고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기준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정치는 이론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지나쳐버린 탁상공론에 그칠 수가 있다. 더욱이 우리 나라의 정치판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친 순진한 생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존경받을 만한 '정치인'은 드물고 '정치꾼'만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정치꾼들이 변절했고, 기회주의·보신주의·출세지향주의로 정치풍토를 어지럽게 하였던가! 노무현 당선자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을 처절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결론부터 말하면 새 정부의 구성에 있어서는 '개혁적 대통령'과 색깔을 같이하는 '개혁적 총리'로 짜여져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개혁적인 사고를 갖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낡은 정치 청산'을 외쳐도 내각을 장악하고 있는 국무총리를 권위주의적 구시대의 정치인으로 앉힌다면 '낡은 정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인물들 중에는 물론 청렴결백하고 유능한 능력을 갖춘 공직자도 있을 수 있지만 구태의연한 전형적인 기회주의·보신주의의 '낡은 정치인'이 많다.

'안정적 총리론'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구시대 낡은 정치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일종의 '상징조작'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나라는 안정적 총리가 아닌 개혁적 총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인적청산'에 있었다. 수십만 명이 피를 흘린 대가로 프랑스 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고,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의 세계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일제청산에 실패함으로써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친일매국세력과 그 후손들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언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실세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부여된 새로운 과제 중에는 정치개혁에 따른 낡은 정치인의 청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구시대 권위주의 정치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또 다시 정부 요직을 차지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새 정치'는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우는 형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김대중정권이 왜 '부패정권'으로 낙인을 찍히게 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철저하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헌정사상 최초로 진정한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내며 김대중 정권이 출범했지만 정부 요직에는 여전히 구시대의 낡은 정치인들이 동아리치고 있었다. 과거 군사정권의 실세들에게 연이어 총리직을 맡긴 결과인 것이다. 인사정책의 실패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냉엄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개혁적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개혁적인 총리' 중심으로 내각이 짜여져야 한다. 일부 내각에서는 '안정적인 장관'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총리만큼은 대통령과 같은 색깔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수우익 세력과도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두텁게 유지하고 있는 보신주의자에게 권력의 자루(權柄)를 넘기는 결과마저 생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안정론'은 곧 바로 보수우익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대(代)를 이어가며 유지하려는 정치철학이며 이데올로기였다. 국민들은 지금 젊은 대통령에 '개혁적인 총리'를 바라고 있다.



연기영<동국대 법과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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