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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세상사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직분 다하며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사람이 살다보면 예상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흔히 ‘우연’이나 ‘운’에 돌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연이니 운이니 하는 것은 사람들이 무지(無智)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쓰는 말일뿐이다. 따라서 우연이니 운이나 하는 말은 그 나름의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정체도 알 수 없는 그 우연이나 운이라는 것에 곧잘 매달린다. 그러고는 결국 그 ‘운 타령’을 하게 된다.

연전(年前)에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뜻하지 않게 달라이라마 존자를 직접 만나 뵌 일이 있다. 그때 나는 달라이라마 존자에게 “이처럼 존자를 다시 뵙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일입니다”라고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달라이라마 존자께서는 “우리의 이 만남이 어찌 우연이겠습니까. 우리가 자세히 몰라서 그렇지 반드시 만날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는 것을 듣고 느낀 바가 크다. 우연이니 운이니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콩을 심었기 때문에 콩이 나는 것이지, 팥을 심어 콩이 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이치이다. 『화엄경』에 보면 “모든 것은 모두 인연을 좇아 일어난다. 연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一切法 皆從緣起 無緣則不起)”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기본적인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이 싹을 틔울 조건이 닿아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깨달아 밝히신 연기법(緣起法)이고,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인과관계라는 것도 그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연기법은 우주만유(宇宙萬有)의 법칙이자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이다.

잡아함의 『연기법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요,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

여래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등정각을 이루어,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연설하고 드날리고 들어내 보이니라.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즉, 부처님께서는 연기법이 법계(法界)에 항상 머물러 있는 우주의 진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도, 요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나 정부의 고위직에 있다는 사람들의 소행(所行)을 보면 짜증스러운 일이 줄을 잇는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잘한 듯한 일이 있으면 제가끔 자기를 내세우는데 골몰한다. 반면에 비난이나 잘못의 대상의 되는 일에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남의 탓으로만 회피한다. 그러다보니 정치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험담이 오가고, 정부의 고위직에 있다는 사람들은 바쁜 시간을 변명하는데 다 보내고 있다.

잘잘못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일은 그에 상응(相應)하는 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런 원인도 없는데 일이 스스로 벌어지는 법은 결코 없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성실하게 자기의 직분을 다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는 반듯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자기가 마땅히 할 일은 하지 않고 결과만 탓해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이른 봄에 땅을 갈아 일궈 때맞추어 씨를 뿌리고, 김매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뒤에 풍부한 수확을 기다리는 순박하고 착실한 농부의 심성(心性)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 운이나 우연은 없다는 것을 깊이 새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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