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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의 佛性

기자명 김민경
복제인간에 대한 불교계의 침묵

진리 탐구하는 자의 태도 아니다



요즘 이슈가 뭐야? 데스크가 편집회의를 시작하며 던지는 단골대사이다. 북핵문제라는 답변도 있었고 차기 조계종총무원장 선거요, 라는 대답도 나왔었다. 그리고 몇 주 째 인간복제문제가 그 몇 안 되는 답변 속에 계속 포함돼 있다.

인간복제에 대한 불교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언제 나오나? 가톨릭이랑 기독교계는 진작에 입장표명을 하고 있잖아. 불교학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요, 종단에서도 그렇구요. 불교학자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학회가 한두 군데도 아니면서, 불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정답은 아니라도 나름대로 불교철학-교리를 바탕으로 한 답안을 제시해야 되는 것 아냐, 저러고 있다가 또 엉뚱한 소리만 나오겠군. 학술담당 기자가 공연히, 게으름 피우는 불교학자들을 대신해서 한동안 코너에 몰렸다.

클로네이드사의 복제인간 탄생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한국과 일본에 수십만 명의 매니아 독자층을 거느린 시미즈 레이코의 장편 SF만화 '월광천녀'를 떠올렸다. 1999년 10월경 1권이 출간돼 2003년 1월 현재 19권까지 나와있는 이 시리즈는 복제인간의 정체성과 복제인간 생산(?)문제의 폐해를 다각도로, 섬짓하리 만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월광천녀'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한 섬에 유폐되어 길러진 일단의 아이들이다. 갖은 사건 끝에 이들은 세계의 유수한 재벌과 권력자들의 '도너'로 밝혀진다. 여기서 도너란 '예비 신체'를 말함이다. 아이들은 본체(체세포 제공자)의 몸에 이상이 생길 때를 위한 대비책으로 복제-탄생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인해서 청년으로 성장한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회의하며 인류에 대해서 태생적인 증오심을 키운다.

'고귀한' 인간을 위해서 갖은 장기를 내어주어야 할, 그래서 곧 아무 때라도 죽어 줘야 하는 복제인간들의 비애가 절실하게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복제인간의 문제가 TV 브라운관 안의 과학자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종으로서의 인간'과 '그들과 나 사이의 관계의 문제'도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학 전공 학자들만 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기던 것을 우리 같은 양민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이 이 만화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클로네이드 사의 복제인간 탄생 소식에 전세계가 몇 주 째 허둥대고 있으며 관련 소식들도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식 가운데에서 복제되어 태어난 인간의 '인권'을 중심에 둔 시각은 발견하기 어렵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시민권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도이다.

국내 학계와 정부도 이른 시일 내 중지를 모아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관련법의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때 무엇이 정답인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 나마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한국불교계가 지금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묵만을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직무유기적 태도이며 수행의 길을 가는 자(집단)의 태도도 아닐 것이다.

제방의 불자와 수행자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질문 한가지 던져 본다. '복제인간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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