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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학자 남의 글 ‘뭉텅이 도용’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8.09.26 22:43
  • 댓글 0

‘간화선 세미나’서 다른 학자가 표절 지적
“학자적 양심 저버린 일” 비난 잇따라

 
A교수의 간화선 세미나 논평문(위)과 지난 2001년 ‘오늘의 동양 사상’에 실린 김영욱 박사의 글 (아래). 붉게 표시된 부분이 동일한 부분이다.

불교학계의 한 중견학자가 학술세미나를 위한 글을 쓰면서 아무런 인용 없이 다른 불교학자의 글을 뭉텅이로 도용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가 9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제7차 조계종 간화선 세미나에서 논평을 맡았던 A교수의 글 상당 부분이 표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학술세미나에 참여한 또 다른 논평자인 정연수(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씨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A교수가 김영욱 선생의 논리를 전적으로 동의해서 이번 논평문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며 우회적이지만 논문표절을 매섭게 지적했다. 이에 사회자가 “표절이라는 말인가?”라며 A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에 그는 “인정한다.”고 짧게 답변했다.

그러나 세미나가 끝난 후에도 표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가짜 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신진 학자도 아니고 중진 학자가 표절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A교수가 그동안 다양한 학회 활동과 논문발표를 통해 불교학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표절이 사실이라면 학자적인 양심을 저버린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가운데 본지가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A교수는 2001년 출간된 『오늘의 동양사상』 제5호에 실린 김영욱(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사의 서평 ‘조사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내용을 상당부분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 김영욱 박사의 글(위)과 A교수의 간화선 세미나 논평문(아래).

‘간화선(조사선)에 穿鑿(천착)이라는 용어가 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논평문은 첫 단어를 괄호로 표시한 것을 제외하곤 다음 페이지 중반까지 토씨하나 다르지 않다. 그리고 표절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학술세미나자료집 54쪽 18번째 줄 ‘조사선의 전형적인 질문은…’부터 다음페이지인 55쪽 16번째 줄 ‘…언행의 배후에 불성·마음 등 제2의 그 무엇은 없다.’까지 똑같았으며, 다만 마지막에 ‘연구자의 견해는 어떠한지?’라는 구절만 첨가한 것이 다를 뿐이었다.

이와 관련 A교수는 “내가 인용한 것이 (정식논문이 아니라) 서평의 글이었고, 또 내가 쓴 글이 논문이 아니라 논평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며 “실수인 것은 확실하지만 표절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교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학자는 “서평이라고 해서 저자의 독창적인 견해나 학술적인 의미가 없다고 취급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학술세미나라는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배포되는 글에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쓴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사자인 김영욱 박사도 “내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황당할 뿐이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A교수가 표절논란의 도마에 올랐지만 표절문제는 비단 A교수뿐 아니라 불교학계 전반에 만연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새로 논문을 쓰면서 자신의 옛 논문을 인용 없이 그대로 옮겨 놓는 ‘자기표절’을 비롯해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여기저기에 싣는 ‘이중게재’, 다른 사람의 논지를 교묘히 포장해 자기 것처럼 만드는 ‘아이디어 표절’ 등이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기존의 학위논문을 복사하다시피 베껴 쓴 학위논문도 있는 실정이다.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은 “성과를 중시하면서도 부단한 자기개발과 향상은 외면한 결과가 표절”이라며 “학문은 끊임없는 자기연마라는 기본정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2001년 김영욱 박사의 글(위)과 A교수의 간화선 세미나 논평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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